▲ kt 이강철 감독(가운데)이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4차전 도중 포수 장성우(왼쪽)와 투수 소형준을 격려하고 있다. ⓒ고척,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선수로서, 코치로서 숱한 가을야구를 맛봤던 베테랑도 사령탑으로 치르는 포스트시즌은 녹록지 않았다.

kt 위즈를 사상 첫 가을야구로 이끌며 새 역사를 쓴 이강철 감독이 짧지만 길었던 포스트시즌 여정을 마쳤다. 대등한 싸움을 펼쳤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은 첫 가을야구였다.

kt는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0-2로 지고 이번 시리즈를 1승3패로 마감했다. 선발투수 배제성을 일찌감치 내리고 1차전 선발투수 소형준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한국시리즈(KS)행 초청장은 끝내 받지 봇했다.

그래도 어느 때보다 의미 있었던 이번 kt의 첫 가을야구 여정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강철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2018년 11월 kt 지휘봉을 잡았다. 초대 조범현 감독과 2대 김진욱 감독의 뒤를 이은 3대 사령탑. 이 감독에게 주어진 임무는 하나였다. 바로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이 감독은 가을야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지닌다. 1989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뒤 포스트시즌 무대를 숱하게 누볐다. 또, 1996년에는 KS MVP까지 수상했다. 해태 왕조를 이끈 주역이 바로 이 감독이었다.

지도자로서도 마찬가지였다.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 그리고 두산에서 투수코치와 2군 감독, 수석코치 등을 역임하며 가을야구 경력을 쌓은 이 감독은 kt로 와서도 곧장 지도력을 뽐냈다. 사령탑 데뷔와 함께 5할 승률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올해, 이 감독이 이끄는 kt는 페넌트레이스 내내 상위권을 달리면서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을 키웠다.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서 변동이 있긴 했지만, 5강 내 자리는 놓지 않았다.

그렇게 일찌감치 가을야구행을 확정지은 kt는 최종전이었던 10월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2위를 확보하며 PO로 직행했다. 그리고 KS행 길목에서 두산과 만났다. 이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도전하겠다”는 말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kt 역시 가을야구를 앞두고 이 감독에게 3년 20억 원의 재계약 선물을 안기면서 힘을 보탰다.

다만 PO는 이 감독에게 쉬이 정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략 미스가 뼈아팠다. 1차전에선 윌리엄 쿠에바스를 불펜으로 투입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4차전에선 소형준 불펜카드가 먹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kt는 잡을 수 있는 경기를 놓쳤고, 결국 이번 시리즈를 1승3패로 마감했다.

비록 사령탑으로서 처음 치른 가을야구는 실패로 끝났지만, 이 감독은 kt 역사가 오래도록 기억할 족적을 남겼다. 첫 가을야구 진출과 첫 포스트시즌 승리. 이제 감독 이강철은 온몸으로 작성한 2020년 가을백서를 안고 2021년을 맞이한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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