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오프까지 올가을의 지배자는 두산 베어스 크리스 플렉센이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크리스 플렉센(26)이 올가을을 지배하고 있다. 

플렉센은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일등 공신이다. 두산이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3경기에 나서 1승, 1세이브, 16⅓이닝, 24탈삼진, 평균자책점 1.10으로 맹활약했다. 

마운드에 나섰다 하면 MVP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플레이오프 1차전 데일리 MVP(상금 100만 원)에 플레이오프 시리즈 MVP(상금 300만 원)까지 차지면서 벌써 상금 500만 원을 벌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투지가 대단하다. 플렉센은 지난 4일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투구 후 나흘을 쉬고 9일 kt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서 7⅓이닝을 던졌다. 그리고 사흘 휴식 후 13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 2-0으로 앞선 7회 등판해 30구로 3이닝을 책임졌다. 준플레이오프 최고 구속 155km와 비교해 플레이오프 때는 최고 구속이 152~153km로 약간 떨어졌으나 직구의 위력은 그대로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기회만 되면 4차전에 플렉센을 투입해 쐐기를 박을 생각이었다. 17일 열리는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 나서야 하지만, 당장 오늘 끝내지 못하면 내일이 없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플렉센은 어차피 불펜 투구를 조금 해야 한다. 오늘(13일) 25구 정도 (불펜 투구처럼) 던지면 휴식하고 다음 경기에 들어가도 되니까"라고 설명했다. 불펜 투구로 가볍게 25구를 던지는 것과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에서 25구를 던지는 것은 분명 피로감의 차이가 있다. 그래도 플렉센은 기회가 되면 불펜으로 준비하겠다고 김 감독에게 어필을 한 상황이었다. 

플렉센이 8회까지 14구를 던진 상황. 25구를 마지노선으로 정한 김 감독은 플렉센에게 9회를 앞두고 "한 타자만 더 상대하고 내려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플렉센은 "올라가면 한 이닝을 막겠다. 한 타자만 상대하려면 올라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플렉센의 투지에 OK 사인을 냈다. 

▲ 포수 박세혁(왼쪽)과 한국시리즈 진출의 기쁨을 나누는 플렉센 ⓒ 한희재 기자
플렉센은 9회 선두타자 조용호와 11구까지 가는 싸움 끝에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이후 황재균을 헛스윙 삼진, 멜 로하스 주니어를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 뒤 플렉센은 포수 박세혁을 끌어안으며 포효했다. 

플렉센은 경기 뒤 "경기를 끝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7회 마운드에 올랐다. 5차전이 열리면 선발로 준비해야 했는데,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최선을 다해 투구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니 9회까지 마무리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MVP로 뽑힌 것은 올 한 해 동안 열심히 한 만큼 작은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나 혼자가 아니라 팀원들이 다 같이 도와준 덕분이다. 최종 목표는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올가을 짧은 주기로 계속해서 등판하는 상황이 힘들 법하지만, 플렉센은 언제든 팀이 필요할 때 마운드에 서겠다는 각오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 사흘을 쉬고 선발 등판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오늘(13일) 투구 수가 많지 않아서 1선발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내가 아니라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결정해서 이야기해줘야 하는 일"이라며 팀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플렉센은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상금을 쓸어 담으며 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과 2015년 이후 5년 만에 업셋 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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