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두산 베어스 14번은 이유찬이다.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스타일이 비슷해요. 뒷모습 14번 보면 '나 아닌가' 1초 정도 착각한다니까요."

14번. 2016년까지 두산 베어스 2루수 고영민(36)을 상징하는 등번호였다. 고영민은 빠르기도 빠르지만,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센스 넘치는 주루 플레이로 사랑받는 선수였다. 프로 통산 879경기에 나서 133도루를 기록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도루를 달성했고, 2007년(36도루)과 2008년(39도루)은 2년 연속 30도루를 기록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고영민은 지난해부터 주루 코치로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고 코치는 늘 1루 옆에 서서 2루로 향하는 선수들의 등을 바라본다. 그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번호는 단연 14번이다. 올해부터 1군 붙박이 백업 내야수로 지내며 대주자 1순위로 떠오른 이유찬(22)이 주인공이다. 

이유찬은 올가을 두산이 승리를 위해 1점이 필요할 때마다 대주자로 나서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이유찬은 빠른 발로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 2득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이유찬은 늘 롤모델로 고 코치를 꼽는다. 2017년에 입단해 고 코치와 함께 선수 생활을 하진 못했지만, 영상으로 플레이를 많이 지켜봤다고 한다. 

▲ 2016년까지 두산 베어스 14번은 고영민 코치였다. ⓒ 한희재 기자
고 코치는 "(이)유찬이는 나와 스타일이 비슷하다. 뒷모습 14번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1초 정도 '나 아닌가' 착각할 정도"라고 최고의 칭찬을 해줬다.  

이어 "유찬이는 다른 선수와 비교해 리드 폭이 넓고, 첫 스타트가 남들과 다르게 정말 빠르다. 워낙 달리기가 빠르기도 하다. 시즌 초반보다 경기에 많이 나가면서 도루에 성공하니 스스로 믿음이 생기면서 거침없이 공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몸 관리만 안 다치게 잘하면 될 것 같다. 주루 능력은 삼성 박해민 등과 같은 수준으로 더 이상 가르쳐 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이유찬은 올해를 되돌아보며 "달리기 기록을 재본 적은 없어서 팀에서 가장 빠른지는 모르겠다. 수비나 주루 쪽에서 많이 향상됐다고 스스로 느낀다. 경기장에서 지난해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대주자로 나가면 그래도 늘 부담감이 있다. 언제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벤치에서 몸을 확실히 풀고 경기에 나가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남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유찬은 고 코치가 1초 동안 착각할 정도로 팀을 위해 뛰어줘야 한다. 이유찬은 "포스트시즌이 재미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는데 좋은 긴장감이라 경기에 나가면 많이 즐기려고 하고 있다. 계속해서 자신감 있게 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자신감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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