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크리스 플렉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크리스 플렉센(26·두산)은 두 팔을 휘저으며 팬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1루의 두산 팬들은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을 박수로 격려했다. 그리고 플렉센은 2020년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 입간판을 치켜들었다.

말 그대로 플렉센의 플레이오프였다. 플렉센은 9일 kt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⅓이닝 4피안타 11탈삼진 2실점 역투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그리고 13일 4차전에서 팀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2-0으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올라 3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세이브를 거뒀다.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도 플렉센의 어깨에서 확정됐다.

사실 이런 식의 외국인 선수 운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패할 때도 분명히 있었다. 플렉센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3일 휴식이었지만 위력이 있었고,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가을에 화려한 성과도 남겼다. 준플레이오프를 포함, 2경기 연속 포스트시즌 10탈삼진 이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외국인 선수로는 단일 시즌 포스트시즌 선발승과 세이브를 모두 거둔 세 번째 선수(2000년 삼성 가르시아, 2013년 두산 니퍼트)로도 기록됐다.

그런 플렉센은 두산의 인내가 만든 선수였다. 두산은 지난해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조쉬 린드블럼의 메이저리그행이라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전력 유지를 위해 그만한 대체자를 찾아야 했다. 플렉센을 일찌감치 눈여겨봤다. 그러나 영입 과정이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일본 팀들도 플렉센에 관심이 있었고, 플렉센을 영입 리스트에 올려놓은 국내 구단도 있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한 구단 외국인 담당자는 “플렉센의 선택이 계속 미뤄졌다. 선수 측에서 일본 구단과 협상한다고 말할 때도 있었다”면서 “계속 기다린다는 건 모험이 될 수도 있었다. 만약 기다렸다가 다른 팀과 계약하면, 시간이 갈수록 선택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다른 선수로 선회한 KBO리그 구단도 있었다”고 떠올린다. 실제 다른 구단들은 12월이 오기 전 외국인 선수를 속속 확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플렉센의 영입 가능성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묵묵하게 기다렸다. 결국 12월 8일 최종 영입에 성공했다. 외국인 상한제인 100만 달러를 꽉 채웠다.

100만 달러라는 금액은 사실 KBO리그 구단 모두에게 주어진 똑같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플렉센의 기량을 믿고 과감하게 기다린 두산의 인내심이 만든 영입이었던 셈이다. 당시 플렉센이 두산행을 확정짓자 몇몇 구단들이 아쉬워했을 정도였다. 

플렉센은 정규시즌 한때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21경기에서 8승4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이닝소화력은 갈수록 좋아졌다. 그리고 기대대로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에이스 몫을 하며 두산의 기다림에 보답했다. 올 시즌 뒤 플렉센을 지키는 게 관건으로 떠올랐지만, 일단 지금은 한국시리즈에서 활약하는 플렉센에 기대가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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