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욕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는 SK 마무리캠프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K 운영팀의 한 직원은 오전 7시 30분에 걸려온 전화에 깜짝 놀랐다. 발신인인 SK 인천 마무리캠프에 참가하는 선수들이었다. 직원들도 아직 출근하지 않은 아침부터, 선수들은 “세탁된 유니폼이 어디 있느냐”고 묻고 있었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SK 마무리캠프는 인천과 강화SK퓨처스파크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올해 많은 경기에 나가 휴식을 취해야 할 주축 선수들, 재활을 하고 있는 선수들, 그리고 내년을 위해 집중적으로 훈련을 해야 할 선수들이 훈련한다. 강화에서는 신인급 선수들과 군 입대를 앞둔 선수들이 땀을 흘린다. 4일 훈련, 하루 휴식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훈련 시작은 오전 10시부터다. 대개 오후 3시 정도까지 짧고 굵게 훈련을 한 뒤 해산한다. 공식 훈련 시작이 오전 10시면, 선수들은 시간대를 감안해 보통 1시간 전 정도까지 경기장에 나와 준비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 시작이 엄청 빠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7시 반에서 8시 정도에 나온다”고 귀띔했다. 김원형 신임 감독도 “아침 출근길에 도로 정체를 생각하는지 선수들이 빨리 나오는 편”이라고 내심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새 감독이 왔다는 것은 선수단 구성에 새 판이 생긴다는 의미다. 새 감독, 새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기 위해 선수들의 의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나와 준비하고 따로 자신만의 운동을 한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보니 클럽하우스에서는 건전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 긴장감 속에 훈련 분위기도 밝게 진행되고 있다.

김 감독의 지도 철학은 뚜렷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많은 말을 하려 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주전 선수들은 오늘 못 치면 내일 쳐도 된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타석에서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비주전 선수들은 다르다. 심리적으로 쫓기면 안 된다. 대신 연습은 마음대로 하게끔 하되, 후회는 없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도 현역 시절 여러 지도자를 거치며 훈련을 해봤다. 훈련 방식에 정답은 없겠지만, 김 감독은 “현역 시절을 돌이켜보면 할 때는 엄청나게 훈련을 하고, 대신 쉴 때는 누구한테도 이야기를 듣지 않고 쉬는 게 가장 좋았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감독이 된 뒤의 기조도 비슷하다. 이어 김 감독은 “학생들이 계속 숙제를 하는 것처럼, 선수들도 자기만의 훈련 방식을 꾸준하게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환경과도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예년 마무리캠프는 해외나 국내 캠프에서 단체 생활을 했다. 아침에 똑같은 시간에 기상을 해 같이 밥을 먹고, 경기장으로 같이 이동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전지훈련을 하지 못함에 따라 선수들은 출·퇴근으로 마무리캠프를 한다. 유혹에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고 자칫 나태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인 루틴이 더 중요한 시기다. 

이제 틀도 다 잡히면서 선수단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추후 공식 발표될 코칭스태프 인선은 이미 다 끝났다. 대규모 프런트 조직 개편도 마무리됐다. 조원우 퓨처스팀(2군) 감독이 이끄는 강화에서는 인천 이상의 단내 나는 훈련이 진행 중이라는 후문이다. 최악의 시즌을 겪은 SK지만, 예상보다 따뜻한 날씨에 선수들의 자발적인 힘이 더해져 패배 의식은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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