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는 2차전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는 기적의 우승을 차지할 때마다 1패를 안고 시작했다. 

두산은 2001년과 2015년 2차례 3위로 시작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0년 이후 3위팀이 정상까지 오른 사례는 딱 2차례였고, 팀은 두산이 유일했다. 그래서 두산에 기적을 뜻하는 수식어 '미러클'이 붙었다. 

2001년과 2015년의 공통점은 모두 1차전을 내줬다는 것. 상대팀은 모두 삼성 라이온즈였다. 

2001년 10월 20일 시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4-7로 패했지만, 2차전 9-5, 3차전 11-9, 4차전 18-11로 내리 3경기를 잡으면서 시리즈 분위기를 바꿨다. 5차전은 4-14로 패했지만, 6차전에서 6-5로 이기며 우승을 확정한다. 시리즈 MVP는 23타수 9안타(타율 0.391) 4홈런 8타점 맹타를 휘두른 타이론 우즈였다. 

2015년 10월 26일 시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역시 8-9로 졌다. 하지만 2차전부터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2차전 6-1, 3차전 5-1, 4차전 4-3, 5차전 13-2로 내리 4경기를 잡으면서 또 한번 기적을 썼다. 이때 MVP가 '가을 영웅' 정수빈이다. 정수빈은 14타수 8안타(타율 0.571) 1홈런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14경기에서 23안타를 몰아치며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 허경민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 

또 한번 3위로 시작해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올해. 두산은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3-5로 졌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내세웠으나 5이닝 4실점에 그치며 올가을 2번째 패전을 떠안았고, 김재환 오재일 등 중심 타자들이 무안타로 침묵해 경기를 쉽게 풀어가지 못했다. 

그래도 과거를 돌아보면 쉽게 포기하긴 이르다. 2차전 선발투수 크리스 플렉센은 올가을 지치지 않는 야생마처럼 질주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3경기(선발 2경기)에서 1승, 1세이브, 16⅓이닝, 24탈삼진, 평균자책점 1.10을 기록했다. 나서는 경기마다 MVP를 차지해 벌써 상금 500만 원을 모았다. NC가 한국시리즈를 대비하면서 가장 경계한 투수가 플렉센이었다. 이전에 상대한 팀들은 플렉센의 구위 자체가 워낙 좋아 대비하고 공략하려 해도 쉽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문제는 2001년 우즈와 2015년 정수빈처럼 미친 타자가 나와줘야 한다는 것. 1차전에서 5번타자로 나선 허경민이 3타수 3안타 1볼넷으로 활약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2차전에는 허경민과 함께 시너지를 내면서 몰아칠 수 있는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해졌다. 

중심 타자의 부활은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다 같이 부담을 나눈다고 해도 결국 두산에서 중요할 때 해결해줘야 할 타자는 김재환과 오재일이다. 두 선수의 방망이에 불이 붙어야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포스트시즌 키플레이어로 두 선수를 꾸준히 꼽는 이유다. 

지금 주축 선수 대부분 2015년 우승 멤버지만, 그때보다 나이가 5살씩 더 많아졌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7경기를 치르는 동안 2루수 오재원과 최주환을 빼면 나머지 베스트 라인업은 모두 고정이었다. 경기 막바지 대주자나 대타로 바뀐다고 해도 1, 2명이었다. 포수 박세혁은 단 한번도 포수 마스크를 벗은 적이 없다. 

정수빈은 "확실히 정규시즌 한 경기보다 큰 경기 한 경기가 힘들다. 몸보다 정신적으로 집중하는 게 달라서. 포스트시즌 한 경기 하는 게 더 힘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칠 수 있는 시기에 뼈아픈 1패를 떠안은 것은 분명하다. 김 감독은 "시리즈 1차전이 매우 중요한데 내줬다"며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확률은 25%로 줄었지만, 2차전을 잡으면 흐름을 바꿀 기회는 분명 온다. 과거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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