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주장 오재일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오)재일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35)는 18일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데일리 MVP를 차지한 뒤 주장 오재일(34)에게 공을 돌렸다. 두산은 1차전에서 3-5로 패하고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2차전에서 5-4로 승리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목표로 삼은 시리즈 1승1패 균형을 맞추면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김재호는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분위기 전환에 앞장섰다. 6번타자로 나서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고, NC 공격의 흐름을 끊는 호수비를 여러 차례 펼쳤다. 

2차전 MVP의 시선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오재일에게 향했다. 오재일은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5경기에서 18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 타순이 3번에서 8번까지 밀려나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다. 그래도 오재일은 2차전에서 심기일전해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바꿀 계기를 마련했다. 

김재호는 1차전에서 패한 뒤 주장에게 쓴소리를 했다. 오재일이 현재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부러 다그치는 말을 한 것. 그는 "일단 (오)재일이에게 가장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당연히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였으니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주장이기도 하고,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야구에만 빠지지 말고 팀 전체를 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일이가 잘 받아들여줬고, 오늘(18일) 경기에서 주장이 살아나면서 팀이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 재일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오재일이 포스트시즌 마수걸이포를 친 김재호를 축하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김재호는 포스트시즌 79경기 만에 마수걸이 홈런을 친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오재일을 언급했다. 그는 "재일이가 '형 홈런 하나 쳐주세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흐름을 바꾸는 한 방이 필요했는데, 그 한 방에 욕심을 냈다. 다행히 내가 생각했던 공이 와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고, 흐름도 우리 쪽으로 가져오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팀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오재일의 부활 조짐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무거웠던 타선의 분위기가 살아났고, 오재일이 침묵하는 동안 고심했던 타순을 짜기도 조금은 편해졌다. 김 감독은 "오재일이 마지막 타석에서는 자신 있어 보였다. 3차전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오재일이 오늘처럼 쳐주면 좋다. 재일이는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오재일은 시즌 중반 오재원에게 주장 완장을 이어받았다. 급작스럽게 팀 리더가 된 상황. 처음에는 낯설어 보였지만, 시즌 막바지 5~6위에 머물렀을 때 동료들에게 '한 발' 세리머니를 제안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다독인 게 오재일이다. 그 결과 두산은 극적으로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라왔다. 

김재호는 마지막 문턱에서 지친 주장에게 팀 승리만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던졌고, 오재일은 그 메시지에 응답하며 진짜 마지막 '한 발'을 장전할 준비를 마쳤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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