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이영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이)영하는 위축될 선수가 아니다."

마무리 투수 이영하(23)와 호흡을 맞춘 안방마님 박세혁(30)의 말이다. 이영하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NC 다이노스와 2차전 5-1로 앞선 9회말 경기를 끝내기 위해 나섰다가 ⅓이닝 4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고전했다. 김민규가 등판해 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지 못했다면 2차전은 물론 시리즈 흐름까지 완전히 내줄 뻔했다. 

이영하는 선두타자 양의지를 고척돔 천장에 맞고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2루타로 내보내면서 무사 2루 위기에 놓였다. 다음 타자 박석민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지만, 노진혁에게 중전 안타, 권희동에게 볼넷을 허용해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애런 알테어에게 우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5-2로 좁혀졌다.

계속해서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렸다. 이영하는 다음 타자 강진성에게도 볼카운트 3-0까지 몰렸다가 끝내 풀카운트에서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5-4까지 쫓겨 경기가 뒤집힐 위기에 놓이자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민규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이)영하가 잘 막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서 늘 대기하는 투수는 둔다. 맞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믿고 가야 한다. 바꾼 투수까지 맞으면 경기가 끝나는 것이고. 기 좋은 투수가 나가서 막는 것"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린 것은 지적했다. 김 감독은 "제구력이 아쉬웠다. 계속 카운트가 불리한 카운트에서 들어간다. 카운트 잡으러 들어가는 공이 힘 있게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4점차인데, 계속 카운트를 불리하게 들어가고 몰리니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마무리는 이영하 스스로 선택한 보직이다. 올해 선발투수로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돌파구로 선택한 자리다. 시즌 후반 이영하는 충분히 경험을 쌓았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1승, 2세이브, 5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큰 무대에서 안정감을 증명했다. 

김 감독은 이영하를 이야기할 때면 늘 "아직 어려서 경험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2018년 10승, 지난해 17승을 챙기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래도 아직 경험으로 배워야 할 게 많은 20대 초반 젊은 투수라는 것. 김 감독은 마무리 투수로 첫 가을을 보내는 이영하가 흔들릴 때면 주저하지 않고 마운드로 올라가 직접 다독이기도 헸다. 

아직은 다듬어야 할 게 많은 젊은 투수지만, 그래도 마운드에 서면 타자와 싸우려고 덤비는 게 이영하다. 포수 박세혁이 이영하가 한 차례 얻어맞을 때마다 "영하는 성격상 위축될 선수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김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의 머릿속에는 지금도 프로 데뷔전에서 홈런을 맞은 스스로에게 화가 나 더 공격적으로 공을 던지는 신인 이영하가 남아 있다.  

어쨌든 이영하에게 한 차례 큰 고비가 찾아왔다. 이영하는 김 감독과 안방마님의 증언대로 이 위축되지 않고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책임지며 마무리 투수의 임무를 다할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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