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탄소년단. 제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방탄소년단이 또 한 번 꿈을 현실로 바꿨다. 

방탄소년단은 24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이하 그래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K팝 가수가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지명된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빌보드 양대 차트 석권은 물론,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등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 수상 등 그 누구도 밟지 못한 최초·최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들은 '그래미'의 철옹성도 뚫고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월 발매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7'로 '올해의 앨범', '베스트 팝 보컬 앨범', '베스트 엔지니어드 앨범, 논 클래식' 후보에, 다이너마이트'로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베스트 뮤직비디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지원했고, 이 중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최종 후보로 올랐다.

특히 그룹상을 바랐던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실제로 지원한 7개 부문 중에서도 '그룹상'에 해당하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가 돼 눈길을 끈다. 제이홉은 새 앨범 '비(BE)'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제 욕심일 수도 있고, 제 야망일 수도 있는데 저희가 팀이다 보니 그룹 관련된 상을 받으면 좋겠다는 꿈을 항상 갖고 있었다. 그런 목표와 생각을 중점으로 팀을 유지해 왔고,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룹과 관련된 상을 받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그래미'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음악인, 음반 사업자, 프로듀서, 스튜디오 기술자 등으로 구성된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후보와 수상자를 정한다는 점에서 영화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과도 비견된다.

▲ 방탄소년단. 제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와 인연을 쌓아왔지만, 후보 입성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61회 시상식에서는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고, 62회 시상식에서는 퍼포머로 초청돼 릴 나스 엑스, 빌리 레이 사이러스, 디플로, 메이슨 램지 등과 '올드 타운 로드-올스타즈' 무대를 꾸몄다. 그러나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앨범을 디자인한 회사 허스키 폭스가 62회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후보에 오른 것을 제외하고, 그래미는 방탄소년단에게 좀처럼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일찌감치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분위기부터 다르다고 신호가 감지됐다. 방탄소년단이 싱글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핫 100' 정상까지 차지한 만큼, 후보 입성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로 '레코드 오브 더 이어'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AP 통신은 '다이너마이트'가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데, 이러한 예측은 사실로 맞아 떨어졌다. 

방탄소년단은 '비'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그래미' 후보 발표를 앞두고 긴장되는 속내를 고백했다. RM은 "하나도 안 떨린다면 거짓말"이라며 "'되면 좋고,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저희도 새벽에 잠 안 자고 지켜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진 역시 "영광스럽게 빌보드 '핫 100' 1위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제 조금 더 욕심을 내서 '그래미'에서 우리 이름이 불렸으면 좋겠다. BTS 파이팅"이라고 당차게 외쳤다.

후보 발표를 하루 앞두고 공개된 미국 남성 잡지 '에스콰이어'와 인터뷰에서도 "후보에 오르면 좋고, 가능하면 수상하고 싶다"며 "그래미가 마지막 조각인 것 같다. 마치 미국 여정의 마지막 한 장인 것처럼"이라고 '그래미'를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방탄소년단이 그토록 외치던 '그래미'는 더 이상 꿈이 아니라 이제 가능성 있는 현실이다. 수많은 소원과 희망을 현실로 바꿔왔던 방탄소년단은 K팝 가수들에게는 불가능의 영역처럼 여겨져 왔던 '그래미' 수상에 한 발짝 다가갔다. 

▲ 방탄소년단. 제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은 K팝을 넘어 팝의 주류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 가장 유행하는 음악'을 객관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차트인 '핫 100' 1위가 그 방증이었다. 여기에 '그래미' 후보 진출은 지금 팝 시장이 방탄소년단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음악인들에게조차 '성지'로 통하는 '그래미'가 방탄소년단을 후보에 올렸다는 것은, 방탄소년단을 K팝 가수가 아니라 팝 가수로 정통성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백인이 아닌 비영어권 아티스트, 그것도 댄스 가수에게는 유난히 박했던 '그래미'는 마침내 방탄소년단을 후보로 품었다. '그래미'가 팬덤, 혹은 대중성이 아니라, 음악의 예술성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후보 지명은 의미있다. 시상자에서 퍼포머로, 퍼포머에서 후보까지, '그래미' 중심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간 방탄소년단은 이제 수상까지 노린다.

방탄소년단이 '그래미'에서 수상하게 된다면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등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을 모두 석권하는 것이다. 팝의 본고장인 미국 중심에서 그야말로 '그랜드 슬램'을 이루게 된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그래미' 후보 발표 직후 멤버들이 다함께 후보 발표 생중계를 지켜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는 RM, 지민, 뷔, 정국이 손을 맞잡고 '그래미' 후보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다이너마이트'로 자신들이 후보에 오른 사실을 알게 된 멤버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또 방탄소년단은 "힘든 시기,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시고 공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그래미 후보 아티스트라는 기적을 만들어주신 건 아미 여러분입니다. 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제63회 '그래미 어워즈'는 2021년 2월 1일 개최될 예정이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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