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이)종현이가 제 칭찬을 많이 했다고요? 제가 교육을 잘 시켰네요. 하하.”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젊은 기둥 이승현(23)이 없었다면 오리온의 상위권 유지는 힘들었을 것이다. 애런 헤인즈가 무릎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하며 외국인 빅맨의 수비를 이승현이 도맡기도 했다. 게다가 골밑 플레이뿐만 아니라 외곽에서도 정확한 슛을 자랑하는 선수인 만큼 공격에서도 이승현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프로 2년째 선수지만 그는 어느새 오리온에 없어서는 안 될 대들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4~2015시즌 직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오리온에 입단한 이승현은 데뷔 시즌 54경기에서 경기당 10.87득점 5.1리바운드 2.0어시스트를 기록해 팀 공격과 수비에서 큰 힘이 됐다. 강력한 라이벌이자 친구인 김준일(삼성)을 제치고 생애 한번 뿐인 신인왕이 됐으며 시즌 후 국가 대표로 뽑혀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에서 활약했다. 재능도 뛰어나지만 성실한 자세로 주위의 평가가 훨씬 더 좋다. 

올 시즌도 이승현의 수훈은 대단하다. 2015~2016시즌 이승현은 24경기에서 경기당 11.25득점 5.3리바운드 2.3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대표팀에서 발목을 다쳐 추일승 감독의 우려를 낳기도 했으나 대표팀에서 복귀해서도 여전히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헤인즈의 부상 공백으로 장신 외국인 선수를 막는 일을 이승현이 도맡고 있다는 점은 기록 이상의 공헌이다. 시즌 초 선두를 달리다 주춤했던 오리온이 추락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에는 많은 선수들의 힘이 있으나 이승현의 활약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신인 때는 아무 것도 모르고 패기로 밀어붙이며 경기했던 것 같아요. 힘든 면도 있었고요.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아요. 경기를 하는 데 한결 여유도 생겼습니다. 올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를 더 자주, 더 많이 맡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해요. 그래도 감독님께서 배려해 주시고 휴식일에는 최대한 회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를 1-1로 수비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이승현은 내, 외곽에서 모두 점수를 올릴 수 있는 '언더 사이즈 빅맨'이다. 단순한 '스트레치 4'를 넘어 3.5번으로 평가할 만한 포워드다. 올 시즌은 체력 부담 때문에 3점슛 성공률이 26.2%(61번 시도/16번 성공)까지 떨어졌으나 지난 시즌 이승현의 3점슛 성공률은 42.86%(168번 시도/72번 성공)으로 선배 허일영(50%, 148번 시도/74번 성공)에 이어 전체 2위였다.

대학 4학년 때 프로 적응을 위해 장착한 3점슛이 이제는 그의 주 무기가 됐고 빅맨에게도 다재다능을 요구하는 현대 농구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 이제는 KBL의 전설이 되고 있는 김주성(동부)도 최근에는 자주 3점슛을 성공하며 완벽한 '스트레치 4'로 변신했다. 뿐만 아니라 함지훈(모비스)은 볼 운반과 배급까지 도맡는 '포인트 포워드' 노릇을 하며 포지션 파괴를 이끌고 있다. 이미 3점슛 능력을 인정 받은 이승현도 패스 감각이 좋은 파워포워드, 뒷날 게임 리딩도 도울 수 있는 포인트 포워드로 변신할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이승현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저는 패스 센스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저 득점 기회를 잡은 동료가 보이면 그쪽에 공을 줄 뿐이에요. 다만 그 욕심은 있어요. 베테랑 형들의 장점들을 잘 흡수해서 제 것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김주성 선배의 공격할 때, 수비할 때 움직임은 제대로 배우고 싶어요. 함지훈 선배의 패스 센스와 포스트업 요령도요. 선배들의 장점을 모두 보고 배워서 나중에는 저도 구사할 수 있는 기술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국제 경기 경험은 이승현을 더 큰 선수로 만들었다. 이승현의 수비력이 일취월장한 것도 대표팀 합류 전후로 나뉜다. 그렇다고 태극 마크를 달고 좋은 기억만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1일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 이란전 슛 착지 과정에서 니키 바라미의 발을 밟고 발목을 다쳤다.  큰 부상은 아니었으나 당시에는 추 감독이 이승현의 부상 소식에 노심초사했을 정도였다.

“저도 많이 놀랐어요. 큰 부상이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라서 한숨 돌렸어요. 부상이 나을 때까지 며칠 쉰 것이 그래도 지금 복귀해서 시즌을 치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6월 이승현의 고려대 2년 후배인 이종현을 인터뷰했을 때 이종현은 “(이)승현이 형이 워낙 좋은 선수라 함께 골 밑을 지키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한 바 있다. 이종현의 이야기를 전하자 이승현은 “제가 종현이 교육을 잘 시켰네요”라며 농을 던진 뒤 말을 이어갔다.

“종현이는 저보다 훨씬 발전할 선수고 재능도 뛰어난 선수에요. 한국 농구의 미래잖아요.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종현이가 앞으로 훨씬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만약 종현이가 KBL 무대에 왔을 때 상대 팀으로 맞붙는다면 좋은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또 한솥밥을 먹게 된다면 함께 좋은 성적을 일구고 싶어요.”

겸손하게 후배의 기를 세운 이승현이지만 그 또한 한국 농구의 현재이자 미래다. 힘이 넘치는 외국인 선수와 1-1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이승현의 대단한 재능이다. 국제 경기를 뛰며 스스로 느낀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네, 정말 많이 배웠어요. 데뷔 시즌을 마쳤을 때처럼 국제 대회를 치른 뒤 수비 요령이나 기술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기량을 갈고닦으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태극 마크를 달고 많이 배우고 싶어요. 제가 빅맨으로서 큰 키(197cm)는 아니지만 힘과 기술을 키워 제 스스로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2016년은 원숭이의 해. 이승현은 1992년생 원숭이띠다. 2015년 신인상과 대표팀 승선 그리고 KBL을 대표하는 파워포워드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 잡은 한 해를 보낸 이승현은 2016년 3월을 기다렸다. 최대한 높은 순위로 2015~2016시즌을 마친 뒤 플레이오프에서도 높은 곳에서 상대를 기다리고 싶다는 뜻이다.

“올해 제게 좋은 일이 많았어요. 그 좋은 기운, 기세를 몰아서 내년 3월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외국인 선수와도 두려움 없이 맞부딪히는 이승현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졌다.

[영상] 이승현 활약상 ⓒ 영상편집 김용국.

[사진] 이승현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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