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지원.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딱 4주, 8부작으로 막을 내린 tvN '산후조리원'(극본 김지수 최윤희 윤수민, 연출 박수원)은 근래 뜨거운 공감을 자아낸 드라마였다. 산후조리원에 모인 산모들을 중심으로 여성의 임신과 출산, 육아를 가차없게 또 유쾌하게 그려내며 사랑받았다. 회사에선 최연소 임원이지만 조리원에 가니 최고령 늦깎이 엄마가 되어버린 오현진 역의 엄지원(43)은 그 주역. 기혼이지만 아이가 없는 그녀는 허나 전쟁같은 출산과 육아를 실감나게 또 능청스럽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한 몸에 얻었다. 서면인터뷰를 통해 만난 엄지원은 짧지만 뜨거웠던 '산후조리원'의 시간을 돌이켰다.

-뜨거운 공감과 지지가 쏟아졌다. '산후조리원'을 마무리하는 마음은?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동 시대에 살고 있는 평범한 한 여자의 성장이야기라는 관점에서 내가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기쁘고, 함께 울고 웃어 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애틋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작품을 끝내면 '잘 끝났다'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있지만 이번 작품을 끝내고 '우리도 다시 모일 수 있을까?'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가장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다면.

"바로 내 옆에 그리고 내 삶 속에 있는 이야기지만,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친근하게 느끼신 것 같다. '저거 내 이야기인데?' 라는 생각 때문에 좋아해주지 않으셨나 생각이 든다.

촬영 스케줄로 댓글들을 많이 살피진 못했다. “진짜 산모 같았다.”, “출산했을 때가 생각난다.” 등 실제 경험이 떠오른다는 반응들이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다. 출산 시 내가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표현해줘서 고맙다는 반응들을 볼 때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서 좋았다."

▲ 엄지원.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본인은 왜 '산후조리원'에 매력을 느끼고 출연을 결심했나.

"대본을 읽었을 때 너무 재미있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조리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 한정된 사람들이 드라마틱한 감정들을 겪어내는 게 마음에 들었고, 출산을 통해 한 순간에 최연소 상무에서 최고령 산모 로 사회적 위치가 확 대변되는 설정이 좋았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건 시의성을 가지며 코미디적 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들을 하고 싶었는데,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더욱 끌렸다. 또 1부 저승사자 신을 읽고 욕심이 났다. 아이를 낳다가 생사의 경계에 놓이지만 불굴의 의지로 돌아오는 모습이 캐릭터를 너무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내게 “이렇게 만들어보면 좋겠다” 키를 쥐어 줬던 장면이었다. 이를 통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기기도 했다."

-현진과의 싱크로율은 어땠나? 많이 공감하며 연기했는지.

"현진이가 곧 ‘나’ 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한 작품들 중 싱크로율이 가장 높지 않았나.(웃음) 그만큼 공감이 많이 갔고, 내 안에 있는 현진 같은 모습들을 최대한 많이 끌어내서 보여주려고 했다. 특히 일하고 육아에 있어서 갈등하는 현진이 같은 경우 진짜 나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재미있는 짤 들을 생산했던 다양한 패러디 장면들도 좋았지만, 출산을 한 뒤 '오현진의 인생은 끝났다'라고 말하며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지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찍기 전에 떠올린 이미지 컷을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잘 나왔다. 또 삼바 신 전에 엄마를 바라보며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다; 라는 내레이션이 기억에 남는다. 다 튼 입술에 물을 적셔주는 엄마의 모습도 너무 좋았다. 또 상무인 내 위치를 흔드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대놓고 견제를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알렉스를 보고 반응하는 현진의 모습도 재미있게 잘 그려진 것 같다."

-출산 장면을 위해 4kg을 찌웠다. 특수분장도 감행했는데 완성된 화면을 보며 보람을 느꼈나.

"증량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놀랐다. 가장 많은 공을 들였던 장면은 아무래도 1부였다. 그 중 출산신이 가장 힘들었다. 지금까지 했던 연기들은 대게 보는 사람이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진 같은 경우 많은 분들이 경험을 하셨던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산모 같아 보이기 위해 어느정도 살을 찌우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보는 사람들이 '진짜구나' 라고 느끼기 위한 약간의 노력이었다. 많은 분들이 리얼하다고 해 주셔서 만족스러웠다."

▲ 엄지원.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경험해야 연기하는 건 아니지만 경험 없이 임신, 출산, 육아 연기를 어떻게 준비했나. 

"실제 대본에 ‘현진이 불편해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인다’ 라는 지문이 있었다. 지문 그대로 불편한 듯 연기할 수 있었지만, 경험을 해본 지인들에게 어디가 불편한지, 어디가 아픈 건지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자문을 구했던 게 현장에서 연기할 때 도움이 됐다. 출산 신 같은 경우 적나라하게 나오진 않지만 다큐멘터리를 참고하기도 했다. 가장 우려했던 임신, 출산을 경험하신 시청자분들이 공감해 주셔서 마음이 놓였다.

-만약 엄지원이었다면? 또 엄마가 된다면 어떨 것 같나?

"만약 엄마가 된다면 일과 워킹 맘 현진이 같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 맘 들에게 장혜진 선배의 대사처럼 “좋은 엄마가 완벽한 게 아니다. 이기적인 게 아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내가 행복해야 행복한 에너지를 줄 수 있듯 본인이 선택의 폭이 가장 중요한 거니까.

내가 엄마가 된다면 처음이지만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고, 경험했던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다. 실제로 경험해 보진 못했지만 육체적인 고통을 제외한 감정적인 면에서 두번째 출산을 하는 것처럼 덜 낯설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 엄지원.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올해 '방법' '산후조리원' 전혀 다른 두 작품에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연기 변신이라기보다, 작품 속 역할에 맞게 연기했다. '방법' 같은 경우 차갑고, 지적인 프레임 안에서 절제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약간의 답답함이 있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 현진의 경우 드라마틱한 감정들을 가지고 있기도 하면서 정극과 코미디를 넘나들며 중간중간 상상신들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지점이 재미있었다.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어 가보자 라는 생각을 했다. 배우로서 항상 연기를 하면서 조금 더 보여주고 싶은데 현진이는 그런 부분들이 가능했다. 그래서 '산후조리원' 촬영을 하고 지금 '방법> 영화 촬영에도 연기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다. 드라마 '방법'과 같은 인물이지만 조금 더 편안하게 리액션하고 연기하게 됐다.

-영화 '방법:재차의' 이야기를 좀 더 해준다면.

"영화 방법은 사실 드라마 방법의 3년 뒤를 그린 작품이다. 무엇보다 영화는 이야기가 나와 있고 캐릭터가 다 살아있어서 촬영할 때 수월하다. 또 유니버스를 가지고 시리즈를 가져가는 최초의 여자 주인공이라는 메리트가 있었다. 드라마에서 영화로 가면서 드라마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려고 준비했다. 드라마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한 편의 새로운 영화라고 생각하시고,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전사를 알고 있게 때문에 더욱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데뷔했으니 어느덧 데뷔 20년이 가까이 됐다.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의 첫번째는 재미있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아쉬움이었다. '어떻게 이렇게잘했지?', '이번에 진짜 잘했다'라는 느낌을 스스로 받아본 적이 없다. 늘 최선을 다하지만 만족할 만한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지금까지 달려온 게 아닌가 싶다."

-벌써 2021년이 다가온다. 계획이 있다면.

"올해 유독 바쁘게 지냈다. 드라마 2편에 영화촬영까지. 남은 한달은 정신없이 달려온 2020년을 돌아보고 싶고, 더불어 21년을 계획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 엄지원.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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