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허문회 감독이 11월 30일 부산 송정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 고봉준 기자
-2020년 되돌아본 롯데 허문회 감독
-“경기 지는 날에는 외출도 꺼려져”
-“소신 발언? 할 말을 해야 한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2020년 프로야구가 모두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우여곡절을 겪었던 KBO리그는 예기치 못한 난관을 무사히 뚫고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 일정을 모두 마쳤다.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올 시즌 프로야구.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0년 KBO리그를 되돌아볼 때, 이 남자를 빼놓고는 온전한 설명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48) 감독이다.

올 시즌 처음 프로 지휘봉을 잡은 허문회 감독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KBO리그 화제의 중심이 됐다. 10개 구단 중 가장 열렬한 응원을 받는 롯데의 수장으로서, 또, 다양한 이슈들을 양산하는 초보 사령탑으로서 이목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11월 롯데 제19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순탄치만은 않았던 1년을 보낸 허 감독을 11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부산 송정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유니폼이 아닌 편안한 캐주얼 차림으로 마주한 허 감독은 “이곳 송정과 기장, 동백섬 등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곤 한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혼자 생각하고 명상하기 좋다”고 활짝 웃었다.

◆“경기 지면 부산 부모님댁도 가지 못하겠더라”
지난해 최하위로 처진 롯데는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구단의 핵심 리더들인 사장과 단장, 감독을 모두 교체했다. 중심에는 역시 허문회 감독이 있다. LG 트윈스와 상무, 키움 히어로즈에서 10년 넘게 코치를 지낸 허 감독은 고향 부산을 연고로 두는 롯데에서 첫 프로 지휘봉을 잡았다.

물론 사령탑 데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개막 초반 연승 행진을 앞세워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여름 이후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결국 7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무리했다. 이 사이 선수단 운영과 내부 갈등, 소신 발언 등으로 끊임없는 설왕설래를 야기하기도 했다. 지난 1년간 허 감독이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지난해 11월 취임식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는 허문회 감독. ⓒ롯데 자이언츠
-근황이 궁금하다.
“주중에는 구리 집에서 머물지만, 주말이나 약속이 있을 때는 부산으로 내려와 시간을 보낸다.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홀로 송정이나 기장, 동백섬 바닷가를 거닐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운동도 꾸준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 시즌 중에도 일주일 3번 정도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개인 PT도 받았다. 페넌트레이스가 끝난 뒤로는 일주일 정도를 쉬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다시 운동을 하고 있다.”

-몇몇 선수들이 “감독님이 우리만큼 운동을 한다”고 귀띔하더라. 이유가 있나.
“몸과 마음이 맑아야 감독을 할 수 있겠더라. 무작정 뛰고 나면,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머리도 개운해지고. 사실 다른 취미가 마땅치 않아서 운동이나 산책, 러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또, 요새는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사람들이 나를 거의 못 알아보시기 때문이다(웃음).”

-사실 롯데 감독은 그라운드 밖에서 더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적이 잘 나오면 모르겠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해서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식사도 밖에서 잘 하지 않는다. 구단이 마련해준 숙소에서 시켜 먹거나 포장을 해와서 끼니를 때운다. 사실 지금 숙소와 부모님 댁이 걸어서 5분 거리인데 이마저도 경기를 지는 날에는 잘 가지 못하겠더라. 알게 모르게 가족끼리 서로 눈치가 보여서….”

◆“가을야구? 부러워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가을야구가 막 끝났다.
“잘 안 봤다(웃음). 솔직히 말하면,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부러워서. 그냥 오늘 누가 이겼나 정도만 체크했다.”

-아쉬움이 크겠다.
“부럽기도 하고 화도 나고 그렇다. 아, 선수들에게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페넌트레이스 막바지이던 10월 말 즈음 ‘날씨가 춥지? 이건 내년 예행 연습이라고 생각하자’고 했다.”

▲ LG 코치 시절의 허문회 감독. ⓒLG 트윈스
-통합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이동욱(46) 감독과는 친분이 있지 않나.
“이 감독과는 롯데에서 함께 뛴 뒤 LG에서 타격코치와 수비코치로서 만났다. 5년 정도 함께했는데, 그때 참 많이 투닥거렸다. 훈련 시간을 놓고 얼마나 옥신각신했는지…. 그래도 후배가 통합우승을 차지해서 정말 기뻤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문자를 보냈는데 얼마 뒤 ‘한턱 쏘겠다’고 연락이 오더라, 하하.”

-감독 선임 후 벌써 1년이 흘렀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막바지 즈음 면접 제의가 왔다. 그런데 이후 한동안 연락이 없어서 떨어진 줄 알았다. 그러다가 가을야구 기간 2차 면접을 봤고, 그 뒤 최종 통보를 받았다.”

-취임 과정이 궁금하다.
“구단과 지도 철학을 공유했다. 내가 제시한 부분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선수들이 과부하 걸리지 않도록 하겠다’였고, 또 하나는 ‘나만의 훈련 방법을 도입하겠다’였다.”

-그 약속은 지켰나.
“한 고참이 내게 그러더라. 롯데로 오는 감독님들 모두 자신만의 철학을 지니고 부임하지만, 막상 여기 있다 보면 소신을 꺾게 되더라고. 다양한 외부요인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귀띔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나는 내 철학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켰다는 점에서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단장님과 불화설…서로 욕심이 많았다”
-그런데 잡음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성민규(38) 단장과 불화설이 올 시즌 내내 불거졌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서로 팀을 위한 욕심이 크다 보니 이런저런 일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나도 욕심이 많고, 단장님도 욕심이 많았다.”

-어떤 지점에서 이견이 있었나.
“어떤 지점 혹은 어떤 시기를 콕 짚기는 어렵다. 단편적인 문제였을 뿐이다. 사실 처음 손발을 맞추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유를 막론하고, 이러한 이야기가 외부로 흘러나간 점은 정말 불필요한 대목이었다. 내가 감독으로서 반성할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 아닌가.
“올 시즌 종료 후에도 단장님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통화를 했다. 싸워야 정이 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부터는 시너지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 롯데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 이석환 대표이사, 주장 민병헌(왼쪽부터). ⓒ롯데 자이언츠
-몇몇 소신 발언들도 있었다. 기억나는 사례는 8월 5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이다. 3-1로 이기던 경기가 비로 취소됐는데 심판진의 노게임 선언 시점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선수들이 있어서 내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날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서 리드를 잡았는데 30분 만에 취소가 됐다. 같은 시간 잠실 경기는 1시간30분을 기다렸는데…. 그래서 내가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 것이다.”

-초보 사령탑으로서 쉽지 않은 발언이었다.
“물론 나에게 제재가 내려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면 야구 발전은 없다고 본다. 어차피 언젠가는 수면 위로 드러날 일이었다.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본다면, 이상하게 비치겠지만 할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문회 감독 인터뷰는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스포티비뉴스=부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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