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통합 우승 뒤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은 두산 베어스 1990년생 트리오 박건우, 허경민, 정수빈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그만둘 때까지 두산 유니폼을 같이 입고 그만뒀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다."

두산 베어스 1990년생 트리오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는 1년 전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루고 예비 FA 시즌을 맞이하는 허경민과 정수빈의 이탈 가능성에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세 친구는 "한 팀에서 끝까지 함께하자"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우승의 기쁨에 취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그만큼 서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의지하는 사이기도 하고, 두산이라는 팀을 향한 애정도 컸다. 

2008년, 세 친구는 청소년 대표로 처음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캐나다 애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 함께 우승을 일궜다. 그리고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허경민은 1라운드, 박건우는 2라운드, 정수빈은 5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2015년과 2016년, 2019년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한 지 올해로 13년째. 이제는 다른 유니폼을 입은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어색하다고 한다. 예비 FA들은 보통 타구단과 계약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고려해 "원소속팀에 남고 싶다"고 못 박는 말을 남기지 않는 편인데, 허경민과 정수빈은 꾸준히 "두산에서 계속 뛰고 싶다"며 의지를 보였다. 

문제는 세 친구가 함께하자고 다짐한 뒤 갈수록 두산의 자금 사정이 안 좋아졌다는 것. 시즌 내내 구단 매각설이 꾸준히 돌았고, 포스트시즌 도중에는 2군 훈련 시설인 이천 베어스파크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약 290억 원에 매각했다. 베어스파크를 담보로 운영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두산은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캠코로부터 베어스파크를 임대해 시설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내부적으로 이미 FA 협상 전략을 정해뒀다. "오버페이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구단이 정한 '적정가'를 넘어서면 붙잡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 두산은 해당 포지션에 대체할 선수가 있다는 확신이 서면 협상 테이블을 꾸리지 않기도 했다. 2017년 시즌 뒤 FA 시장에 나온 외야수 민병헌(롯데)과 김현수(LG)가 대표적인 예다.     

선수들이 남고 싶은 의지가 있어도 구단이 움직이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 두산은 내부 FA 7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두산의 선택과 집중의 대상에 허경민과 정수빈이 있을지는 추후 계약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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