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곡 '테스형'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나훈아. 제공|예소리 예아라
※ 한 해를 집어삼키다시피 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맹위 속에서도 재미와 기쁨, 감동과 희망을 안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물어가는 2020년을 정리하며, 올 한 해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엔터테이너와 창작자들을 돌아봅니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승으로 올 추석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긴장 상태였다. 추석 가족 모임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 걸. 이번 추석을 휩쓴 것은 코로나19가 아닌 나훈아였다.

KBS가 올 추석 특집으로 선보인 비대면 콘서트 실황 중계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15년 만의 나훈아 방송 나들이로 일찌감치 관심을 끌었다. 결과는 역시나.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전국 안방을 들썩이게 했다. 아니, 나훈아가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한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보기 좋게 깨진 것이다. 

나훈아는 2시간 40분 동안 시청자들을 휘어잡았다. 네 면이 모두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무대에서 대형 배를 몰고 등장한 나훈아는 흡사 항해를 책임지는 선장과 같았다. 선원들을 통솔하듯이, 좌중을 압도해 나간 것이다. 그의 무대 장악력이 다시 한번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히트곡과 신곡 '명자야', '테스형'을 포함해 모두 29곡 무대를 꾸민 나훈아는 사물놀이, 국악, 클래식, 심지어 헤비메탈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특히 나이 일흔 넷에도 민소매에 찢어진 청바지를 완벽하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공연하면서 눈도 좀 쳐다보고 손도 잡아야 하는데 어쩌면 좋겠노"라며 나훈아는 비대면 공연에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지만, 객석의 빈자리는 도무지 느낄 수 없었다. 묵직하고 중후함이 느껴지는 보컬과 심도 있는 가사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전 국민을 위로한 것이다.

시청률도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전국 시청률 29.0%(닐슨코리아)로 요즘 보기 힘든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재방송 없다"고 장담했던 KBS는 폭발적인 반응에 급하게 스페셜 방송을 편성했고, 스페셜 방송까지 시청률 18.7%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실제로 추석 연휴를 마치고 복귀한 일상에서는 온통 나훈아 얘기뿐이었다. 이후에도 유튜브 인기 뮤직비디오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나훈아 신드롬'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나훈아는 워낙 전설적인 가수로 평가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일흔 넘은 나이에 그는 '테스형'이 됐고, 다시 '오빠'가 됐다. 기존에도 티켓팅 전쟁이 심한 나훈아 콘서트는 젊은 세대 수요까지 확대했고, 더이상 '효도 티켓팅'이 아닌, '피켓팅(피 터지는 티켓팅)'이 됐다. 당초 연말 계획된 콘서트는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했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암표까지 등장한 것이다.  

아쉽게도 코로나19 여파로 나훈아 오프라인 콘서트는 올해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가황' 나훈아를 향한 열광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조만간 꼭 공연장에서 나훈아가 이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코로나19가 잠잠해져야 할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2021년에는 꼭 이 말이 전국 각지 나훈아 공연장에서 나올 수 있길 바란다. 

"손 한 번 잡아 주이소~"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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