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오른쪽)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현재 두산 베어스 선발 5자리는 모두 물음표다. 

두산은 올봄 확실한 선발 5명을 구축하고 시즌을 맞이했다. 새 외국인 원투펀치는 라울 알칸타라와 크리스 플렉센에게 맡기고, 이용찬-이영하-유희관으로 국내 선발진을 꾸렸다. 이영하는 2019년 17승을 거두며 두산의 미래 에이스로 기대를 모은 상태였고, 이용찬과 유희관은 10승은 가능한 전력이었다. 1선발 알칸타라가 15승 정도 책임지고, 플렉센이 빠르게 리그에 적응해주면 또 한번 정상을 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시즌 전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영하에게 2선발을 맡겼지만, 선발 19경기에서 3승8패, 106이닝, 평균자책점 5.52로 부진했다. 이영하는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무리 투수로 보직 교환을 요청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당시 이용찬(팔꿈치)과 플렉센(왼발)의 부상 이탈로 선발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이영하에게 기회를 줬지만, 이영하는 마무리 투수로도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21년 이영하의 보직은 현재로선 물음표다. 

알칸타라와 플렉센은 기대 이상의 시즌을 보냈다. 알칸타라는 31경기, 20승2패, 198⅔이닝, 평균자책점 2.54로 에이스에 걸맞은 성적을 냈다. 포크볼을 새 무기로 장착하고, 변화구 제구를 다듬은 게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플렉센은 부상에서 돌아온 뒤로 구단이 계약 당시 기대했던 기량을 보여줬다. 부상 복귀 후 9경기에서 4승1패, 52⅔이닝, 73탈삼진, 평균자책점 2.05로 맹활약했다. 포스트시즌에는 5경기(선발 4경기), 2승, 1세이브, 28⅓이닝, 평균자책점 1.91을 기록하며 두산이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두산은 당연히 알칸타라, 플렉센과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구단은 세부 계약 조건을 선수 측에 제시했다. 일본 구단의 관심이 가장 큰 변수지만, 두산은 2021년 전력 구상의 핵심이 될 알칸타라와 플렉센을 잡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두산 관계자는 "성적에 걸맞은 대우를 해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지만, 도장을 찍는 순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이용찬과 유희관은 FA 시장에 나왔다. 이용찬은 팔꿈치 수술 여파로 올해 5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건강하면 선발과 불펜 모두 활용 가치가 높은 투수다. 유희관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두산 대표 좌완이다. 97승으로 두산 역대 좌완 최다승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두 투수 모두 10승을 책임질 수 있는 전력이지만, 아직 외부의 관심은 조용한 편이다. 

FA 투수 2명이 다 남을지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세대교체 준비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 최원준, 김민규 등이 올해 두각을 나타내며 김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최원준은 대체 선발투수로 기회를 얻어 10승을 달성했다. 김 감독은 "올해 선발이 무너졌을 때 최원준이 있어 버텼다"며 꾸준히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민규는 시즌 후반부터 중용되기 시작했고,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1승, 1세이브, 1홀드, 12이닝, 평균자책점 0.75로 맹활약하며 주목을 받았다. 

김 감독은 2021년 전력 구상과 관련해 아직은 말을 아끼고 있다. 외국인 선수와 FA 계약이 끝나면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리그 정상급 전력의 필수 요소는 안정적인 선발진이다. 허경민, 최주환, 오재일, 정수빈 등 야수 FA들의 이적 여부도 중요하지만, 2021년 두산 선발진이 2020년과 비교해 얼마나 달라질지도 눈길을 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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