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명한 회계를 공개적으로 약속한 양의지 신임 선수협 회장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다시 곤경에 처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과거 바로잡기에 나선다. 이전의 문제를 모두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가겠다는 양의지 신임 선수협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협은 15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선수협 총회를 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규모를 줄인 상황에서 여러 현안을 논의한다. 최근 투표를 통해 선수협 회장으로 추대된 양의지(NC) 회장을 포함, 각 구단별로 3명 정도씩 모여 향후 방안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여러 안건이 테이블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선수협 회계 문제다. 바로 직전인 이대호 회장 시기까지 선수협 정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올바른 곳에, 제대로 썼다고 생각해도 연간 수십억 원의 예산을 굴리는 단체의 회계 처리에 구멍이 많다는 점은 그 자체로 문제다. 전임 사무총장의 경우는 판공비를 현금으로 받았다가 이를 다시 환수 조치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정관 및 규정의 구멍은 불필요한 의혹만 남겼다. 회계감사보고서도 많은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은 썼는데, 제대로 된 증빙이 없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선수협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수십억 원이 그렇게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퇴 선수는 “사실 그렇게(증빙서류가 없이) 정확히 얼마가 쓰였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게 문제고, 지금껏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았다는 건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간 관행적으로 처리한 부분도 있겠지만, 그 관행에 의존한 일처리가 최근 선수협을 위기에 몰아넣은 것을 모두가 똑똑하게 지켜봤다. 투명한 회계 관리를 약속한 양의지 회장 또한 이 부분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본격적으로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이해를 할 수 있는 행사 진행비 등이 있는 반면, 정말 깜깜이로 처리된 비용도 있다. 오랜 기간 누적된 만큼 이를 구분하는 데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래서 이날의 다른 안건이 정말 중요하다. 이날 총회에서는 신임 사무총장 선출도 논의한다. 당장 누구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 방식이나 후보자 등을 주제로 놓을 전망이다. 

회장은 선수협의 얼굴이지만, 실질적인 살림을 세세하게 신경 쓰기는 무리가 있다. 양의지도 시즌에는 일주일에 6경기를 치르는 수많은 선수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서 사무국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총장의 전문성과 도덕성이 중요한데 선수협이 고개를 숙일 때마다 항상 ‘문제 사무총장’이 있었다. 선수협 이사들 사이에서도 “이번에는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사무총장은 과거 청산 작업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잦은 풍파와 단절을 꾀하는 선수협이다. 이번 사무총장의 어깨가 무겁다. 한편으로 사무총장을 뒷받침할 실무자들의 역량 및 배치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사무국 규모에서 법리, 회계, 재무, 마케팅 등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려면 그만한 전문가들이 필요하고 적소에 배치해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선수협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ullbo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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