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운드 재건을 중시하는 김원형 감독. SK는 일단 필요한 투수를 최대한 보호할 가능성이 있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9년 만의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영입 축제 기운이 이어지고 있지만, SK는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 누군가는, 그 아까운 누군가 한 명은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나야 한다. 이제 초점은 최주환(32)의 보상선수다.

SK는 지난 11일 최주환과 4년 총액 42억 원(인센티브 4억 원)에 계약했다. 몇 년째 2루수 적임자를 찾지 못한 SK는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선수로 최주환을 지목한 끝에 결국 ‘53번’ 유니폼을 입혔다. 중앙 내야수로는 리그 정상급 방망이를 갖춘 최주환은 SK의 공격력 강화에 큰 기여를 할 선수로 기대를 모은다.

최주환은 올해 A등급 FA 선수였다. 기존과 동일하게 직전연도 연봉의 200%+20인 보호선수 외 1명을 보상하거나, 혹은 연봉 300%를 보상해야 한다. 두산은 전자를 선택할 것이 확실하다. SK는 제출 마지막 날인 15일 보호선수 20인을 통보할 예정이다. 두산은 3일 내로 선택하면 된다.

SK는 최주환 영입을 계획하던 당시부터 이미 수차례 보상선수 시뮬레이션을 했다. 최주환을 영입하던 시점에는 이미 보호선수 20인이 모두 확정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빠르게 보호선수를 고를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두산의 눈치를 보지 않고, 팀 사정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팀이나 그렇듯 마지막 18~20번 선수를 놓고 고민이 있기야 했겠지만, SK는 “우리 위주로 보호선수 명단을 짰다”고 설명했다.

보호선수 명단은 어떤 팀이든 극비 사항이다. 고위 관계자 몇몇만 알고 있다. 모든 것이 추측이지만, 기본적으로 투수들이 많이 묶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K는 올해 마운드 전력의 약화로 애를 먹었다. 최주환이 가세하며 공격력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내년 반등의 핵심 요소는 누가 뭐래도 마운드다. 여기서 더 이상 전력 이탈이 생기면 안 된다. 쓸 만한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 때문에 주축 선발, 선발 가능 자원 중 SK가 더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몇몇, 그리고 김원형 감독이 필승조로 분류한 선수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죄다 묶고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 미래를 바라본 약간의 유망주들이 포함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를 종합하면 투수가 전체(20인) 중 절반 이상이 될 것은 확실시된다.

이렇게 되면 야수들은 최정 한동민과 같이 팀 내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선수, 그리고 미래 구상에 있어 뺄 수 없는 유망주 몇몇에게만 자리가 남는다. 즉, 올해 1군에서 뛰었던 야수들 중 상당수가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하나하나 모두 쓰임새가 있는 선수들이라 아까울 수밖에 없다. 다만 핵심 외 야수 선수들의 종합적인 기량이 비슷하다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모든 것은 추측이다. 

만약 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면, 반대로 두산은 1군 경험이 어느 정도 있으면서 1군 준주전급 즉시 전력으로 활용이 가능한 야수의 선택지가 가장 넓어진다. 혹은 SK가 선택하지 않은 투수 자원, SK가 묶지 않았으나 두산에서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20대 중반 이하 어린 선수도 눈여겨볼 수 있다. 특히 유망주를 보는 눈은 구단마다 굉장히 달라 매번 변수로 떠오르곤 한다.

두산은 최근 네 차례 보상선수 지명에서는 베테랑보다 20대 초·중반 선수들을 선택했다. 비슷한 값이라면 조금 더 먼 미래를 본 셈이다. 2016년 이원석의 보상선수로 군 복무를 앞두고 있던 이흥련을 지명한 게 대표적이다. 2017년 민병헌의 보상선수로는 만 27세 대졸 외야수 백동훈, 김현수의 보상선수로는 당시 신인이었던 유재유를 선택했다. 2018년 양의지의 보상선수로는 당시 만 24세의 이형범을 찍었고, 이형범은 2019년 두산 필승조로 거듭났다.

두산은 15일 오재일을 영입한 삼성 쪽에서 받아올 선수도 생각해야 한다. SK와 삼성이 묶을 선수를 놓고 고민하듯, 두산은 어떤 선수가 풀릴지를 예상하느라 고민할 만하다. 삼성 쪽에서 풀릴 선수를 염두에 두고, SK에서는 의외의 선택을 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ullboy@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