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과 4년 총액 50억 원에 계약한 오재일 ⓒ삼성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삼성은 14일 좌타 거포 내야수 오재일(34)과 4년 총액 50억 원(계약금 24억 원·연봉 합계 22억 원·인센티브 총액 4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FA 시장 초기부터 오재일에 꾸준히 관심을 가진 끝에 결국은 삼성 유니폼을 입혔다.

삼성은 라이온즈파크로 이사한 뒤 계속해서 홈런 마진 적자에 시달렸다. 상대적인 타자 친화적 구장에서 오히려 거포 자원의 부재만 뼈저리게 느낀 셈이다. 특히 다린 러프의 이적 이후 1루에서의 해결사 자원을 키우는 데 애를 먹었다. 계속해서 하위권에 처져 있는 삼성으로서는 이 문제부터 해결하고 넘어가야 했다. 시장에 나온 선수 중 적임자는 단연 오재일이었다.

오재일은 내년이 만 35세 시즌이다. 만 35세부터 38세 시즌까지 4년 계약인 셈이다. 혹자는 나이를 들어 우려를 보내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힘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인데, 거포 자원들에게는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래서 50억 계약에 대해 ‘오버페이’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승엽이나 최형우를 경험한 삼성으로서는 나름 50억 가치를 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을 법하다. 오재일의 지난 성적을 봐도 그렇다.

흔히 야구계 현장에서는 “거포는 키우기 어렵지만, 터지면 그만한 결실이 있고 오래 간다”는 말을 한다. 한 번 정립된 거포는 유효기간이 길다는 의미다. 그런 야구계에서 대표적으로 예를 드는 선수가 오재일이다. 오재일의 첫 두 자릿수 홈런은 만 29세 시즌, 첫 20홈런 시즌은 만 30세 시즌에 이뤄졌다. 이제 야구에 눈을 뜬 만큼 4년의 계약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활약은 충분히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삼성의 제안에 깔려 있다.

실제 KBO 역대 최고인 타자인 이승엽은 만 40세 시즌까지도 수준급 활약을 선보였다. 힘이 떨어졌다는 지적은 당시에도 있었지만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았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만 39세 시즌 이승엽의 조정공격생산력(wRC+)은 140.4로 리그 평균보다 40%나 높았다. 은퇴 시즌이었던 만 41세에도 111.1이었다. 평균 이상을 한 것이다. 이승엽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숫자다.

최형우 또한 20대 후반에 터져 지금까지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다. 2013년 이후 단 한 번도 wRC+가 14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그런 최형우는 2017년 KIA와 4년 총액 100억 원에 계약했고, 올해 2차 FA로 다시 3년 총액 47억 원에 계약했다. 

최형우가 4년 총액 100억 원에 계약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역시 이적생인 오재일은 지금 성적에서 완만한 하락폭만 기록해도 50억 원의 가치는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오재일은 잠실이라는 큰 구장을 쓰면서도 최근 5년 동안 117개의 홈런을 때렸다. 대구에서, 특히 계약 첫 2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오재일은 2015년 이후로는 매년 wRC+ 130 이상을 기록했고 올해도 138.8이었다. 오재일이 이승엽 최형우보다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4년 50억 원의 가치를 할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는 의미다.

올해 삼성의 빈약한 1루 사정을 고려하면 오재일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4년 평균 120~130 정도만 해도 오재일 투자는 손익 분기점을 찾아갈 것이라는 결론도 가능하다. 물론 오재일도 최근 들어 “슬럼프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는 일부의 평가를 받기는 한다. 의혹을 지우고 계약을 증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수의 몫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보>skullboy@spotvnews.co.kr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