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이드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수적인 추진 방향을 밝힌 류선규 SK 단장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최하위권 팀은 원래 오프시즌에 시끄러워야 합니다. 그래야 팬들이 희망을 가지고 내년을 볼 수 있죠”

류선규 SK 신임단장은 최근 여러 가지 업무 처리에 정신이 없다. 2020년 시즌이 끝난 뒤 팀 재건의 중요 임무를 맡고 취임한 류 단장은 우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전력투구했다. 결국 최주환(32·4년 총액 42억 원) 영입에 성공하며 큰 성과를 남겼다. 9위까지 처진 성적 탓에 일찌감치 진통이 예고된 연봉협상 시장에서도 원칙을 앞세워 나가고 있다. 류 단장은 “올해까지 모든 협상을 끝낸다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저돌적이다.

김성현 재계약, 최주환 영입이라는 신속하고 과감했던 FA 시즌은 이제 끝났다. 사실상 공개 행보였다. 대개 FA 협상은 극비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류 단장은 언론 문의에 비교적 솔직하게 답을 했다. 그래서 최주환 협상 과정이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진풍경도 낳았다. 내부 계산상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팬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류 단장의 소신이 반영된 행보라고도 볼 수 있다.

추가적인 FA 영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재일 시장을 계속해서 주시했지만, 구단이 생각했던 금액 이상으로 치솟자 참전하지 않았다. 대신 류 단장은 “올해 예산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오버페이를 지양했을 뿐, 영입하려고 한다면 돈 싸움에 뛰어들 수 있었다는 뉘앙스가 읽힌다. 류 단장은 이어 “내년에도 필요하다면 외부 FA 영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구단 방향을 공개했다. 오버페이 지양 원칙은 같겠지만, 쓸 때는 쓰겠다는 내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류 단장은 NC식 재건 모델을 꿈꾼다. NC 또한 2018년 최하위에 처졌다. 그러나 2019년 리그 최고 포수인 양의지를 영입,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반등의 발판을 놨다. 그리고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내달렸다. 그래서 그럴까. 류 단장은 당장의 내년 목표로 포스트시즌 복귀를 잡는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외부 영입은 물론 팀 정비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트레이드를 통한 외부 수혈은 어떨까. 류 단장은 전략기획팀장 시절 한 차례 굵직한 트레이드를 주도해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2015년 LG와 3대3 트레이드였다. 정의윤이라는 4번 타자 영입에 방점이 박힌 이 트레이드는 류 단장의 적극적인 추진 속에 이뤄졌다. 사실 6명이 오가는 트레이드인 만큼 SK 내부에서도 망설이는 분위기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류 단장은 정의윤이 인천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민경삼 당시 단장(현 대표이사)을 설득했다. 이 트레이드는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런 점에서 보듯이 류 단장 자체가 트레이드에 아주 부정적인 인물은 아니다. 필요한 선수가 나온다면 언제든지 열려 있는 게 단장의 자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류 단장은 “트레이드는 보수적으로 할 생각”이라는 대전제를 제시했다. 류 단장은 “아예 안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선수단 안정이 우선이다. 꼭 필요한 트레이드가 아니면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 류선규 단장은 정의윤 트레이드를 주도했다. 팀 방향에 꼭 필요한 선수라면 트레이드는 열려 있다 ⓒ곽혜미 기자
SK는 근래 몇 년간 트레이드에 가장 적극적인 팀이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당시에는 나름의 당위성이 있는 교환이기도 했다. 이유 없는 트레이드는 없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그 트레이드의 흐름과 과정을 지켜본 류 단장도 전임자들의 선택을 나무라는 게 아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나오는 순작용은 물론, 부작용 또한 이제 어느 정도 다 파악이 됐다. 이는 구단 매뉴얼에 새겨야 한다. 

트레이드로 팀에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고 팀에 자극을 주는 것이 긍정적인 작용이라면, 중간층 선수들이 빠져 나가는 과정에서 팀의 안정성이 흔들릴 여지를 남기는 건 부작용이다. 류 단장도 순기능은 살리고, 역기능은 최대한 억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트레이드는 일단 보수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단은 팀을 안정적으로 개편하는 게 우선이다. 내부부터 다진다. 마침 김원형 신임 감독이 부임한 상황이다. 새롭게 판을 짤 여건이 마련됐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류 단장은 SK의 홈런군단 프로젝트를 입안한 핵심 당사자다. ‘강속구+대포’의 지지자이기도 하다. 이를 기본 명제로 두고, 이 명제를 도울 만한 기존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 잠재력을 가진 어린 선수들의 등용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일단 팀이 정비된 뒤 그래도 메워지지 않는 약점은 트레이드 시장을 살펴볼 전망이다. 내년 FA 시장도 그런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자신이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한 만큼, 이제 그 방향성대로 착실하게 따라가는 일이 남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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