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형 양의지 신임 회장이 15일 리베라호텔에서 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폐지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존속을 위해선 대폭적인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KBO는 16일 이사회(사장급 회의)를 열고 “2차 드래프트는 현행 방식의 문제점과 대안을 검토한 뒤 KBO리그의 전력 평준화와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출전 기회 확대라는 취지와 맞게 규정을 보완하는 쪽으로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차 드래프트의 도입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NC 다이노스가 막 창단하면서 전력 평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또 1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노장들과 저연차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2차 드래프트 필요성이 대두됐다.

마찬가지로 더 활발한 선수 교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KBO는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2차 드래프트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2011년 9월 열린 첫 번째 2차 드래프트에서 최동수와 김일경, 김성배 등 베테랑들과 이재학과 오정복 등 신예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후 2차 드래프트는 지난해까지 격년 주기로 실시됐다. 이 사이 이혜천과 이진영, 홍성민, 정근우 등 많은 선수들이 둥지를 옮겨 새롭게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최근 들어 2차 드래트프를 놓고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몇몇 구단이 자신들만 일방적인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였다. 또, 신생 구단을 위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NC와 kt 위즈의 전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도 이유로 거론됐다.

결국 KBO는 8일 열린 실행위원회에서 2차 드래프트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에서 LG로 이적한 뒤 11월 은퇴식을 치른 정근우. ⓒ곽혜미 기자
그러나 2차 드래프트 폐지 소식이 들리기 무섭게 거센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의 앞길을 막을 수 있다는 비판이 야구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선수들도 거들고 나섰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양의지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많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어 새로운 스타가 됐다. 폐지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KBO로 전하고 싶다”며 간곡하게 말했다.

또, 황재균과 구자욱, 박건우, 이정후, 강백호 등 여러 선수들은 자신의 SNS를 통해 2차 드래프트 폐지 반대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여론이 형성되자 KBO도 2차 드래프트 폐지를 재고하기로 했다. 사실상 폐지 대신 존속으로 가닥이 잡혔다.

KBO 관계자는 “신생 구단 지원이라는 2차 드래프트의 기존 취지는 이제 약해졌지만,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출전 기회 확대라는 의미는 아직 남아있다. 이사회에서도 폐지 대신 규정을 보완해 존속시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이날 KBO 이사회의 결정을 접한 선수협도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선수협은 “2차 드래프트 제도 재논의 결정을 환영한다. 2차 드래프트는 KBO리그의 균등한 발전과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기회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이나 효율성 등의 문제가 있다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 및 개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KBO와 선수협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지만, 2차 드래프트가 앞으로도 살아남기 위해선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일정 구단이 매번 피해를 보지 않고, 또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손질이 불가피하다.

선수협의 목소리가 얼마만큼 반영되느냐도 관건이다. 최근 각종 문제로 홍역을 치른 선수협은 지도부를 새로 구성했다. 그러나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총장은 아직 공석이다. 선수협은 신임 사무총장 선임 전까지 기존 대외협력을 맡던 사무총장 대행을 KBO와 의견을 주고받는 채널로 활용할 계획이다.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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