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에서 지도자로 새롭게 출발하는 롯데 김동한이 16일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신사동, 고봉준 기자
-10년 프로 생활 정리하는 내야수 김동한
-내년부터 롯데 코치로 새로운 인생 설계
-“선수와 편히 대화 나누는 지도자 되고파”

[스포티비뉴스=신사동, 고봉준 기자] “올해에는 밀가루도 끊고 열심히 뛰어봤는데….”

은퇴라는 단어를 받아들인 예비 지도자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아직 이른 나이로 현역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아쉬움과 조금은 더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엇갈리는 듯 보였다.

이제는 선수에서 지도자로 변신하게 된 롯데 자이언츠 김동한(32)을 16일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간 만나지 못했던 가족과 지인들을 보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로 잠시 올라왔다는 김동한은 “은퇴를 택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더 이상 선수로 뛰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이따금 감정이 북받칠 때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장충고와 동국대를 거친 내야수 김동한은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로 데뷔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착실한 수비력과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로 탄탄한 두산 내야진의 백업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2016년 7월 김성배와 트레이드되며 롯데로 둥지를 옮겼고, 이후에도 경기 후반을 책임지는 대주자와 대수비로서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김동한도 올겨울 유독 거셌던 칼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선수단 개편 작업 속에서 방출이라는 아픔을 맞이했다.

김동한은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위기감도 많이 느꼈다. 그래서 밀가루 음식도 끊은 채 열심히 뛰었다”면서 “청백전을 뛰던 4월까지는 페이스가 참 좋았다. 그런데 막상 개막 이후에는 타격감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게 슬럼프가 길어지다 보니 스스로 위축이 됐다”고 아쉬웠던 2020년을 되돌아봤다.

▲ 롯데 송승준(왼쪽)과 김동한. ⓒ롯데 자이언츠
김동한은 방출 통보를 받은 이후 현역 연장을 놓고 고민했다. 아직은 더 뛸 수 있는 몸 상태였던 만큼 다른 구단들의 연락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방출 다음날,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롯데 성민규 단장의 연락이었다.

“단장님께서 코치직을 제안하셨다. 내가 그간 선수로 뛰면서 장차 지도자로서 발휘할 수 있는 장점들을 구단에서 눈여겨봤다고 하시더라. 사실 코로나19 등의 문제로 많은 구단들이 방출 선수를 예년보다 적게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알고 있던 터라 코치직을 수락하게 됐다. 다만 아직 정확한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물론 오랫동안 입어온 현역 유니폼을 벗으면서 느낀 아쉬움은 생각 이상이었다. 김동한은 “돌이켜보니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서 어느새 24년째 선수로 뛰었더라. 그래서인지 가끔 감정이 북받칠 때가 있다. 그래도 많은 분들께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힘이 됐다”고 웃었다.

이어 “장충고 시절 은사셨던 유영준 감독님을 비롯해 두산 2군 시절 열정적으로 나를 지도해주셨던 박승호 감독님 그리고 두산 김태형 감독님과 롯데에서 많은 기회를 주셨던 조원우, 양상문, 허문회 감독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두산 시절의 김동한. ⓒ한희재 기자
새로운 인생을 선택한 김동한은 최근 코치 준비로 여념이 없다. KBO가 새내기 지도자들을 위해 마련한 코치 아카데미를 온라인으로 수강하고 있고, 또 서점에서 직접 산 코치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빠르게 바뀌는 야구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현역 시절 누구보다 성실한 자세로 귀감이 됐던 김동한은 코치로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선수들과 함께 뛸 각오다.

김동한은 “단장님께서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선수들과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눈높이를 유지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선수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다”면서 “나는 프로에선 주전보다 백업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런 만큼 벤치 멤버들의 고민과 속내를 잘 안다 고 생각한다. 이들의 마음까지 보듬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신사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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