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원더우먼 1984'.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원더우먼 1984'가 드디어 한국 관객과 만난다. 우여곡절 끝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극장에 걸린 '원더우먼 1984'는 성탄을 앞둔 선물같다.

2017년 DC 여성히어로 '원더우먼'의 탄생을 알린지 3년, 1차 세계대전의 한복판 유럽이었던 그녀의 세계는 1984년의 미국으로 옮겨갔다. 회색 전쟁의 폐허는 냉전이 한창인 알록달록한 풍요의 시대로 바뀌었다.

'원더우먼' 다이애나(갤 가돗)는 워싱턴 DC의 박물관에서 고고학자로 근무하면서 종종 히어로로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지낸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 곳은 텅 비어, 여전히 세상을 떠난 첫사랑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를 그리워하며 외로이 지낸다. 어느날 소원을 들어준다는 옛 유물을 만지며 그를 떠올렸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그녀 앞에 스티브 트레버가 나타난다. 그리고 세상을 위협하는 적들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원더우먼 1984'는 여러 모로 전편 '원더우먼'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시 상기해야 할 것은 그녀는 사랑과 정의, 진실이란 전통의 가치를 수호하는 건강하고도 착한 히어로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원더우먼'시리즈는 여성액션 히어로물인 동시에 로맨스물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시작은 그녀의 고향 데미스키라. 어린 다이애나는 경주에서 경로를 벗어나 지름길로 갔다가 실격당한다. '승리는 진실에 바탕이어야 한다'는 첫 메시지는 '원더우먼 1984'를 관통하며 반복된다.

영화는 매력있고 당당한 다이애나를 동경한 '치타' 미네르바(크리스틴 위그), 허풍선이 사업가 맥스 로드(페드로 파스칼)라는, 가지지 못한 것을 손에 쥐려 하는 두 빌런을 등장시켜 '진실의 수호자' 원더우먼과 대비를 이루게 했다. 치타는 곱씹을 만한 악역이고, 생김새부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키게 하는 맥스 로드도 흥미롭다. 허나 헐거운 전개 탓에 붕 떠서 매력이 덜하다.

▲ 영화 '원더우먼 1984'.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대신 갤 가돗의 원더우먼은 악역과 대결할 때보다 크리스 파인의 스티브 트레버와 함께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둘의 케미는 극중 70년 가까운 세월을 거슬러 성사된 갑작스러운 조우,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스럽고 애틋하다. 감정은 더 깊어졌다. 진실하지 못한 적들과 대결하던 원더우먼은 스스로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 속에 시험대에 오르며 또 성장하는데 그 모두가 설득력을 얻는 건 이 단단한 로맨스 덕택이다.

'원더우먼 1984'는 '테넷' 이후 4개월 만에 극장에 걸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이자 2020년을 마무리하는 히어로 영화다. 크리스마스 시즌 유일한 대작이기도 하다. 한국과 할리우드를 가리지 않고 기대작들이 모두 연내 개봉을 포기한 가운데 수차례 개봉 연기 끝에 기어이 관객과 만나니 몇몇 아쉬움에도 불구, 개봉 자체가 반갑게 다가온다.  

'원더우먼' 갤 가돗의 시원시원한 몸놀림은 오랜만에 극장에 가는 기쁨을 상기시켜 준다. 고전적 미모를 간직한 그녀는 1984년이란 시대적 배경, 패션과도 더없이 어울린다. 영화는 파괴의 스펙터클보다 눈이 탁 트인 비주얼을 아름답게 구현하는 데 공을 들인 느낌이다.

이 '착한 히어로물'은 우직하게도 사랑과 진실을 설파하며 그 힘이 평범한 이들에게도 있다고 일깨워준다. 또 이미 우리가 간직한 소중한 이들을 상기시킨다. 코로나19 팬데믹 속 체감이 더 스산한 연말에 마주한 '원더우먼 1984'가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오랜 팬들을 설레게 할 함박눈 속의 마지막 쿠키영상까지, 크리스마스를 애초 염두에 뒀나 싶을 정도다. 이만하면 코로나19 속 크리스마스 극장가의 선물 아닐까.

12월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51분.

▲ 영화 '원더우먼 1984'.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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