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규. 제공ㅣHB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배우 조병규가 성장해온 과정은 실로 경이롭다. 2015년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로 데뷔한 이후, 70여 편이 넘는 작품을 해오면서 차근차근 연기력을 입증해 왔다. 6년 안되는 시간에 70여 작품을 거친 것은, 1년에 적어도 10작품 이상이나 한 셈이기도 하다. 20대 배우가 해내기란 결코 쉽지는 않다.

이러한 다작 행보에는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다. 그가 작은 단역도 마다하지 않았고, 갖은 조연을 통해 배우로 입지를 차츰차츰 다져간 것이다. 그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19년 '스카이캐슬'이다. 대중의 눈도장을 제대로 받은 조병규는 이후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아스달 연대기', '스토브리그' 등으로 '대세 배우'로 자리를 확실히 했다.

한 계단씩 밟아온 그는 마침내 '경이롭게' 주연을 꿰찼다. 무려 극 제목에 배역 이름이 들어갈 정도로, 중심 역할을 맡은 것이다. 지난 24일 종영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연출 유선동)'에서 소문 역할을 소화한 조병규는 최근 스포티비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드라마 이야기부터, 연기관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배우 성장기는 극 중 소문의 성장기와 많이 닮아 있다는 인상을 줬다.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들을 잡아 저성으로 돌려보내는 카운터들의 활약을 통쾌하게 그려낸 액션 히어로물이다. 조병규가 맡은 소문은 과거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부모를 잃어 트라우마를 가진 고등학생이다. 그러나 악귀를 물리치는 카운터가 되면서 트라우마도 극복하고 그립던 부모를 만나게 되는 성장형 캐릭터로, 많은 시청자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조병규는 첫 주연작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면서도, 책임감으로 캐릭터 소문에 대해 성실히 연구했다. 머리 스타일, 체중 감량 등 외적인 것은 물론, 소문의 성격을 제대로 묘사하기 위해 고민이 많았단다.

"제목에 배역 이름이 들어가는 것이 굉장한 부담이었다. 첫 촬영까지도 밤잠을 설쳤다. 원작인 만화 속 캐릭터를 어떻게 잘 표현할 것인지를 계속 생각했다. 머리 스타일이 제일 고뇌였다. 파마를 했을 때 트렌디하면서 원작 소문의 특징을 잘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7차, 8차 시도 끝에 탄생한 머리다. 또 처음 소문이가 유약해 보이는 지점도 있어야 해서 그런 부분에 맞아떨어질 수 있도록 감량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에는 13kg까지 빠졌다. 잘 만들어진 몸이 노출되는 것은 소문이와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 딱히 노출 신은 없었다. 다만 소문의 성격이 판타지 만화에서 나온 인물이기 때문에, 사실적인 것과 판타지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하는데, 약자인데도 강자를 대하는 소문이 성격이 현실 세계에서 판타지라고 느꼈다. 만화적인 성격을 잘 표현하면서, 성장된 측면에서 성장의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준비하려 했다. 그래서 소문이가 중간중간 성장할 때마다 다른 연기가 필요했다. 바늘구멍에 실이 들어가듯, 세심하게 연기를 디자인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남다른 노력 때문이었을까. 참신한 내용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에 힘입어, '경이로운 소문'은 OCN 개국 이래 시청률 10%(이하 닐슨코리아 제공)를 처음 돌파했다. 근래 시청률 10% 넘는 미니시리즈는 '펜트하우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한 상태였기에, 이러한 시청률 기록은 '경이로운' 수치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마지막 회인 16부에서는 최고 시청률 10.9%를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조병규는 작품의 인기 비결을 스태프, 배우들의 공으로 돌렸다.

"너무 감개무량하다. 과정이 힘들다는 중요한 생각을 일깨워줬다.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을 칠 것 같아서 행복하다. 일단 카운터로 악귀로 나온 사람들, 모든 배우들, 스태프분들, 감독님, 경이로운 소문에 참여하고 있었던 모든 분들의 협동심이 너무 좋았다. 그런 점이 전달 됐기에 '경이로운 소문'이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유준상 선배는 진짜 주인공이었던 것 같다. 연기학도로 유준상 선배를 보며 공부해왔다. 한순간도 대들보가 아니라는 생각이 없을 정도로 극의 중심이셨다. 김세정은 동갑인데, 다재다능한 재능이 경이로웠다. 연기, 예능, 작사, 작곡 등 각 분야 모두 최고값이더라. 극 중 러브라인이 없어 아쉽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작품과는 다른 결이라 아쉽지는 않았다. 염혜란 선배와는 다수 작품을 같이 했는데, 호흡하는 장면이 별로 없었다. 늘 먼발치에서 연기 교본처럼 바라봤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원없이 연기에 대해 소통할 수 있어 감사했다."

▲ 조병규. 제공ㅣHB엔터테인먼트

조병규에게 '경이로운 소문' 의미는 각별하다. 배우 인생에서도 동력이 될 것 같단다. 그는 '경이로운 소문'을 만난 2020년을 '경이로운 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특히, 소문 역할에 대해 애정이 남달랐다. 그는 극 중 소문이 물리적인 힘 때문에 경이로운 것이 아니라, 좋은 소년으로 성장해 경이로웠다고 정리했다.

"'경이로운 소문'은 배우 조병규가 앞으로 배우 생활을 꾸준히 해나갈 때, 지치는 순간, 외로운 순간, 무너지는 순간 등에 되돌아봤을 때 일어설 수 있는 동력이 될 것 같다. 지금도 큰 힘이 되고, 뿌리로 작용되고 있다. 특히 현장이라는 것은 행복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초석이 다져졌다. 돌아볼 수 있는 여유인 것 같다. 또 소문이에게 '울보 히어로'라는 칭호를 주셨는데, 역설적이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것 같다. '울보 히어로'라는 그 단어가 굉장히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소문이와 부모가 재회하는 장면은 저라는 인간 마음 속을 후벼 파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소문이에게 한 마디를 하자면, 소문아. 네가 어두운 과거, 아픈 과거 트라우마에 사로 잡혔을수도 있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랑받아 건강하게 좋은 소년으로 자라줘서 경이로웠어. 초월적인 힘 때문에 경이로운 소문이가 된 것은 아니다. 기특하다. 소문아."

소문이 성장한 듯, 배우 조병규에게도 '성장'이라는 단어는 참 잘 어울린다. 단역과 조연으로 연기 내공을 다져온 그는 '스카이캐슬', '스토브리그', '경이로운 소문' 연타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SBS '연기대상'에서는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이러한 승승장구 행보는 그의 '열일'과 '연기 진정성'의 대가이기도 하다. '경이로운 소문'이 종영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 그는 벌써 차기작을 살펴보고 있다. 더욱이 예능 활약까지 두드러지면서, 조병규의 2021년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 조병규. 제공ㅣHB엔터테인먼트

"정말 솔직히 기적과 같다. 기적적으로 잘 돼서 감사하다. 그래도 연타 흥행은 제 몫은 아니었던 것 같다. 좋은 대본이 좋은 시기에 들어왔고, 동료, 선후배, 감독, 스태프분들 모두 일궈낸 것이다. 독단적으로 흥행이란 길을 끌고 갈 수 없다는 걸 느꼈다. 그래도 이러한 행보에 대해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몇 년안에 군 복무 문제도 있다. 입대 관련 시기적인 것은 정하지 못했다. 알맞은 시기에 최대한 빨리 가는 쪽이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신인상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상을 주셨을 때 얼떨떨하기도 하고, 이게 지금 내가 받은 것이 맞나 싶었다. 그래서인지 다음에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없다. 다만 차기작은 빠른 시일 내 보여드리려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은지는 정해두고 있지는 않다. 그런 만큼, 2021년은 '무한도전'해라고 정의하고 싶다. 연기로든 역할로든 한계가 있는 장르에 대한 도전이든. 여러 가지 도전을 해보고 싶다."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u_z@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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