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현은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하며 MLB 연착륙의 발판을 놨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 노윤주 기자 / 이충훈 영상 기자] 두 번째 도전에서 이룬 메이저리그(MLB) 유니폼 착용이었다. 부푼 마음으로 태평양을 건넜다.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팀의 기대도 커졌고,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자신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2020년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캠프에 진행될 당시까지만 해도,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트레이닝 캠프가 위치한 미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때는 한국에서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김광현 및 한국 취재진에게 더 예민한 문제였다. 그러나 곧이어 미국에 상륙한 코로나19는 대륙을 할퀴고 지나갔다. 시범경기 일부 일정이 취소됐고, 정규시즌 개막도 기약 없이 밀렸다.

팀 동료들은 미국 전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김광현은 돌아가기도 애매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시즌이 언제 개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김광현은 그냥 세인트루이스에 남았다. 그 지역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통역 하나 뿐이었다. 가족들은 영상통화로나 볼 수 있었다. 김광현은 상대 타자가 아닌, 코로나19와 환경과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려운 상황을 버티는 과정 또한 구단에게 감동을 안겼다. 마이크 거쉬 세인트루이스 단장은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화상 인터뷰에서 당시 어려웠던 시기를 이겨낸 김광현을 대견한 마음으로 바라봤다. 거쉬 단장은 “그 와중에도 항상 웃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거쉬 단장에게도 지난해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코로나19로 정규시즌이 60경기로 축소됐다. 여기에 시즌 중간에는 세인트루이스 팀 내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는 최악의 상황도 경험했다. 거쉬 단장은 상황 자체가 선수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감염 위험 때문이었다. MLB의 코로나19 대처 프로토콜은 모든 관계자들을 힘들게 했다고 했다.

거쉬 단장은 “작년은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팬데믹, 그리고 그에 따른 여러 절차 탓에 김광현을 알아갈 기회가 없었다. 클럽하우스에서도 선수들과 교류를 거의 못했다. 여기에 시즌 초에 감염이 터졌고 선수들을 격리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김광현의 상황도 안쓰러웠다. 그는 “처음 미국에 온 선수가 가족도 없는 상황에서 언제 다시 돌아갈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매일 호텔에서 통역과만 함께 있는 날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힘든 경험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거쉬 단장은 그 상황조차 즐기고 있는 김광현을 발견하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거쉬 단장은 “경쟁과 다른 부분을 즐기는 듯했다. 그는 10~12개월간 가족들을 만나지 못하는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다”고 했다. 팀이 코로나19 감염 여파를 이겨낸 것도 김광현의 공이 컸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시즌이 시작하고 그를 마무리투수로 쓸 생각을 했었고, 첫 경기였나? 엄청난 세이브도 했다. 이후 (팀 내에) 코로나 감염이 있었는데 많은 선수들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동안 팀이 아주 어수선했다”면서 “그를 곧바로 선발로 투입했는데 로테이션에 처음 들어온 선수가 나머지 경기에서 플레이오프까지 선발로 나왔다”면서 김광현이 지난해 세인트루이스가 버티는 데 큰 몫을 했다고 박수를 쳤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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