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 투수 양현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FA 투수 양현종(33)이 스스로 '가시밭길'을 택했다.

양현종은 30일 오후 조계현 KIA 타이거즈 단장을 만나 메이저리그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KIA는 양현종의 의사를 존중해 더이상 FA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고 양현종을 보내주기로 결정하면서 FA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2007년 지명부터 시작된 KIA와 양현종의 인연에 마침표, 혹은 쉼표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KIA로서는 최대한의 예우였다. KIA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양현종이 FA 자격을 얻었을 때부터 그의 선택을 기다렸다. 양현종이 이달 20일까지 기다려달라 했을 때도, 30일로 기한을 미뤘을 때도 다 수락했다. 30일 마지막 만남을 앞두고 조 단장은 "양현종에게 모든 선택이 달려 있다. 우리는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양현종의 메이저리그를 향한 의지는 강했고 그 마음이 KIA 구단에까지 전해졌다. KIA는 이날 협상 종료를 선언하며 "해외 진출에 대한 양현종의 꿈과 의지를 존중하고, 그 동안 타이거즈에 헌신한 양현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양현종이 미국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쳐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KIA는 에이스를 잃었고, 양현종은 돌아갈 곳을 잃었다. 양현종은 이제 꼼짝 없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연락만을 기다려야 한다. 더이상 KIA에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수 없어 아예 협상 테이블 자체를 접었다. 예의를 중요시하는 양현종의 성격상 국내 타 구단과의 접촉은 매우 가능성이 낮다. 결국 갈 곳은 미국 뿐이다.

양현종의 에이전트에 따르면 아직 미국에서 이렇다 할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 양현종 측은 처음에 어려운 길을 피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승격이 어려운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 계약을 따로 두는 방식)을 지양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는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도 40인 로스터만 보장된다면 어떤 금액, 기간이든 받아들이겠다는 절박한 마음이다.

결국 모든 것은 양현종의 가슴 속 꿈에서 시작됐다. 언젠가 한 번은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봐야 남은 인생 후회가 없을 것 같다는 양현종의 열망이, 이제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임해야 하는 간절한 상황으로 변했다. 마지막 '비빌 언덕'이던 친정팀의 손을 놓은 양현종은 올해 어느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까.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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