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토론토와 1년 1800만 달러 계약을 확정지은 마커스 세미언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타진하던 김하성(26)은 결국 샌디에이고의 손을 잡았다. 계약금과 연봉을 포함해 4년 총액 2800만 달러의 보장 계약이었다.

연간 인센티브 100만 달러를 포함하면 최대 금액은 4년 3200만 달러다. 5년차 상호 옵션이 실행되면 총액은 5년 최대 3900만 달러까지 늘어난다. 얼어붙은 MLB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비교적 만족스러운 계약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올해 유격수 FA 선수 중 총액에서 김하성을 넘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김하성은 전체적인 금액은 물론 세부적인 지원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샌디에이고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단순한 총액만 놓고 보면 샌디에이고 버금가는 조건을 제시한 팀도 있었다. 바로 토론토다. 계약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금전적인 측면만 보면 오히려 토론토가 더 나았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금액에서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섭섭하지 않은 오퍼를 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토론토도 내야 멀티 플레이어에 대한 욕구가 컸다. 3루 수비에서 혹평을 받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1루로 돌리고, 내야수 하나를 보강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캐번 비지오, 보 비솃의 포지션 전환도 가능하기에 굳이 전문 3루수를 영입할 필요도 없었다. 내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김하성은 적임자였고, 그 정도 금액이라면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그런데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의 손을 잡았다. 토론토의 구상이 한 번 꼬인 셈이다. 

김하성 영입전에서 쓴맛을 본 토론토는 다른 선수로 선회했다. 대상은 마커스 세미언(31)이었다. 토론토는 31일(한국시간) 세미언과 1년 1800만 달러 계약에 공식 합의했다. 세미언은 오클랜드 소속이었던 2019년 162경기에서 33개의 홈런을 날린 유격수다. 2019년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토론토는 비지오를 3루로 보내고 세미언을 2루로 활용할 계획이다. 만약 김하성을 영입했다면 토론토는 같은 전략을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1년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만 26세의 김하성은 장기적으로 안고 갈 수 있는 선수로 봤지만, 만 31세의 세미언은 그렇지 않았던 셈이다. 토론토가 어떠한 팀 전략의 대전제 속에서 움직인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신 연봉을 높이는 선에서 합의를 봤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세미언은 최근 3년간 374경기에서 타율 0.263, 55홈런, 18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84를 기록했다. 수비력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리지만, 유격수 자리에서도 적어도 리그 평균 이상을 보장할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2루 수비에서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김하성이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는 ‘적응 리스크’가 없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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