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오재원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오재원(36)을 고민하고 있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새 시즌 누구에게 주장을 맡길지 고심했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주장을 맡은 1루수 오재일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면서 자리가 비었다. 포수 박세혁, 3루수 허경민 등 1990년생 선수들이 새로운 후보로 떠올랐으나 김 감독은 처음부터 오재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오재원은 김 감독의 제안에 수긍했고,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늦게 주장으로 확정됐다. 

오재원은 김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선수단 리더다. 그는 김 감독이 부임한 2015년 처음 주장을 맡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김재호(2016~2017년 중반), 김재환(2017년 후반)이 바통을 이어받았다가 2017년 포스트시즌부터 2020년 시즌 중반까지 오재원이 다시 선수단을 이끌었다.

김 감독이 오재원을 주장으로 가장 신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선수단 분위기를 장악할 줄 안다는 것. 김 감독은 지도자가 개입할 수 없는 선수단만의 일이 있고, 그 일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리더십 있는 선수가 필요한데, 김 감독은 지금까지는 오재원을 뛰어넘는 적임자가 없다고 보고 있다. 

주장이 체질인 것 같은 오재원도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을 때가 있었다. 지난해 9월 2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석 코치와 면담 끝에 오재일에게 남은 시즌 주장을 맡기기로 했다. 김 감독은 당시 오재원이 개인 운동과 주장을 병행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오재원은 2010년부터 부동의 주전 2루수로 뛰다 2019년부터 출전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2019년 98경기 204타석, 지난해 85경기 174타석에 그치며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다. 성적 역시 2019년 타율 0.164(177타수 29안타), 2020년 타율 0.232(155타수 36안타)에 머물렀다. 그사이 주전 2루수는 최주환(현 SK 와이번스)의 몫이었다. 

그래도 단기전에서 활기를 불어넣는 임무는 곧잘 해냈다. 2019년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 10타수 5안타 3타점 활약으로 통합 우승에 기여했고,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는 8타수 4안타 4타점 맹타로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올 시즌은 베테랑 야수 오재원의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최주환이 SK로 FA 이적하면서 당장 주전 2루수는 오재원이 맡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내야 백업 선수들의 가장 치열한 포지션 역시 2루수다. 박계범, 강승호, 서예일, 박지훈 등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김 감독은 올해 오재원이 풀타임으로 버티려면 체력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주전 2루수로 재도약할 시기. 오재원은 김 감독의 제안에 다시 한번 주장의 책임감까지 안고 시즌을 맞이하기로 했다. 오재원은 유격수 김재호와 함께 다시 한번 황금기의 키스톤 콤비 호흡을 자랑하며 부활할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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