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 총괄. 제공|넷플릭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넷플릭스가 한해 5500억 투자를 결정한 한국 콘텐츠의 힘은 무엇일까.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동남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콘텐츠 총괄(이하 아시아 총괄)이 답했다. 

그는 25일 온라인 화상 기자간담회를 갖고 넷플릭스가 보는 한국 콘텐츠, 향후 개발 방향 등을 언급했다. 마침 김 총괄은 이날 앞서 열린 김민영 아시아 총괄은 이날 앞서 열린 넷플릭스 온라인 로드쇼 '시 왓츠 넥스트 코리아 2021(See What's Next Korea 2021)'에서 올해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5500억원(5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혀 시선을 집중시켰다. 

전세계 2억명 이상의 유료 구독가구를 자랑하는 글로벌 1위 OTT 기업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본격 진출 5년 만에 가입자 38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동시에 지난해까지 7700억 원을 한국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며 K콘텐츠 발굴, 창작에도 힘을 기울여 '킹덤' 시리즈, '스위트홈', '인간수업', '범인은 바로 너', 영화 '승리호' 등 다양한 독점 콘텐츠를 만들어 호평받았다. 이들의 한국 제작 콘텐츠가 올해 폭발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5년간 투자한 금액의 70% 이상을 한 해에 쏟아부을 만큼 한국 콘텐츠에 공격적인 투자를 선언한 것이다.

▲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 총괄. 제공|넷플릭스
김민영 총괄은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에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은 이미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잘 보이지 않았다"며 "초창기에는 한국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았다. '비밀의 숲' '미스터 션샤인', '베가본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 다양한 작품들이 들어오면서 시그널이 명확해졌다. 한국 콘텐츠의 영향으로 가입자도 상승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한국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킹덤' '인간수업' '사랑의 불시착' '승리호' 등을 통해서 기존 한국 콘텐츠 팬뿐 아니라 한국 콘텐츠를 본 적 없는 시청자들도 한국 콘텐츠를 즐기게 됐다. '스위트홈'이 28일만에 2200만 가구가 봤을 정도 잠재력이 커졌다. 한국 콘텐츠가 단순한 유행이나 일시적 현상을 넘어서 글로벌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김민영 총괄은 '한국'을 시장으로서의 한국, 콘텐츠 메이커로서의 한국 등 2가지 관점을 들었다. 김 총괄은 "마켓으로 한국을 보면 한국인들은 문화를 감상하는 데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인터넷 보급률도 높다. 이 시장에서 저희가 성공하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한국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많이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 한국 콘텐츠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반에서 성장하는 데 특히 중요하다"며 "지속적으로 확인한 시그널을 통해 조금씩 더 확신을 갖고 2016년부터 7700억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었고, 올 한 해 5500억원을 투자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원동력으로 탄탄한 작가, 감독, 배우, 스태프 등 탄탄한 인프라와 콘텐츠 생태계를 꼽는 한편 "무엇보다 남다른 감수성 떄문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총괄은 "한국 콘텐츠가 다른 나라에서 나오는 콘텐츠보다 감정의 디테일에 집중하고 잘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외국의 드라마가 사건에 더 집중한다면 한국 드라마들은 사건도 중요하지만 감정, 왜, 인간적인 면에 집중한다. 장르를 불문하고 작품에 공감하게 하고 시청자를 잡아놓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민영 총괄은 한국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한국 시청자를 만족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처음으로 넷플릭스에 소개될 한국 콘텐츠를 구입한 것이 자신이었다는 김 총괄은 "초창기 글로벌 시청자를 위한 것이라는 콘텐츠 제안을 많이 받았다"며 "한국에서 사랑받을만한 콘텐츠가 우선이고, 그래야 세계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성장을 견인하는 데 한국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아시아를 넘어 더 확장될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킹덤'과 '스위트홈'을 통해서 그 힘을 봤고, '#살아있다' '승리호' 등이 우리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주고 있다. 모두 한국적이라고 생각한 소재, 한국의 정서와 스토리텔링을 담은 작품들이다. 한국 콘텐츠는 한국에서 성장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며, 글로벌 특히 아시아에서 너무나 중요한 콘텐츠다. 성장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더 많은 가입자 유치에 도움을 줄 것이며, 이미 성숙한 지역에서는 자막, 더빙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보다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부분이다.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 총괄. 제공|넷플릭스
지난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넷플릭스는 더욱 성장했다. '사냥의 시간' '차인표' '승리호' 등 개봉이 어려워진 한국영화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택하는 사례도 다수 나왔다. 넥플릭스는 올해 처음으로 한국 오리지널 영화 제작에 나선다. 25일 제작 계획을 공식화한 정병길 감독의 '카터', 박현진 감독의 '모럴 센스'(가제) 등이다.

김민영 총괄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저희가 국내 영화계 활로를 찾는 데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함께 성장하고 유연하게 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영화를 향한 세계적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영화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분이 늘어나고 이것이 제작사 감독 배우의 호평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거기에 저희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겠다는 공식은 따로 없다. 재미있는 작품을 찾는 잡식성이라 볼 수 있다"며 "이제 한국 드라마만큼 한국 영화를 알리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스토리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 총괄.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 들도 함께 경쟁관계이기도 하다. 올해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민영 총괄은 "OTT 시장 전반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도 궁금하다"고 운을 뗀 뒤 "다만 시청자들의 콘텐츠 시청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등 다른 OTT가 한국에 진출하고 새로운 OTT가 생기는 것은 소비자들을 위해 좋은 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선택지가 늘어나고 다양한 콘텐츠가 생기며 산업이 동반 성장하는 것은 저희에게도 좋은 일이다. 더 많은 양질의 콘텐츠가 시장에 나오면 저희는 창작자에게 좀 더 매력적인 곳이 되게끔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민영 총괄은 "지금은 파이를 키워가야 하는 때이지 작은 파이로 싸우는 시기가 아니기에 (경쟁사 진출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해온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전 세계가 공감하는 한국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넷플릭스의 궁극적 목표를 '시청자의 즐거움'으로 꼽았다. 광고나 다른 수익 없이 구독자로부터 매월 받는 회비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만큼 시청자들에게 가장 좋은 엔터테인먼트를 전해야 한다는 것. 김민영 총괄은 "한국에서 이미 좋은 콘텐츠가 나오고 있었고,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킹덤' '인간수업' '스위트홈'이 나온 게 안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함께한 작가, 감독. 배우 등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려 한다며 창작의 자유를 주고 비전을 현실화 하기 위해 애쓴다고 밝혔다.

한국 콘텐츠 제작이 늘어남에 따라 넷플릭스는 최근 한국 콘텐츠 관련 업무지원을 목적으로 법인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는 한편, 자체 콘텐츠 제작 기반 마련을 위해 스튜디오 2곳을 장기 임대하기도 했다.

김민영 총괄은 "생태계가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해 5500억원이라는 금액을 투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조심스러웠다. 한국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걸 실제 데이터로 보여줘야 투자가 늘어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투자했다. 모든 작품이 '킹덤' '스위트홈' '승리호' 같지는 않았지만 좋은 시그널이 있었고 지금에 오는 데 영향을 미쳤다. 신인 발굴 역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라고 힘줘 말했다.

"스토리 발굴부터 제작, 현지화에 국내 제작진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교류하려고 노력한다. 작년 많은 계획이 있었는데 코로나로 웨비나 같은 다른 방법을 찾았다. 여기서 끝나면 안된다. 한국에서 함께 오랫동안 하고 싶다. 콘텐츠, 제작팀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아직 한국에서 5년 밖에 안됐다. 한국이 콘텐츠 본격화된지 2~3년 밖에 되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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