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상의 등번호 66번을 물려받은 허웅은 1군 진입을 꿈꾼다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10월 30일은 SK 선수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 날이었다. 오랜 기간 팀 마운드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윤희상이 KBO리그 마지막 등판에 나섰기 때문이다. 은퇴를 결정한 윤희상은 이날 선발 등판해 한 타자를 상대했고, 후배들의 인사를 받으며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그라운드에 있지는 않았지만, 당시 경기장에는 몇몇 선수들이 더 있었다. 잠재력이 풍부한 우완으로 평가받는 허웅(25)도 그중 하나였다. 윤희상은 강화에서 재활을 할 당시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했다. 허웅도 그런 윤희상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윤희상을 닮고 싶었던 허웅은 첫 단계로 등번호를 물려받았다. 

허웅은 “나 말고 선배님의 등번호를 원한 선수가 2명 더 있었다”고 웃으며 치열했던 ‘66번’ 등번호 쟁탈전을 떠올렸다. 당시 윤희상은 허웅에게 “열심히 해서 1군에서 꼭 모습을 보여달라”는 덕담과 함께 등번호 전달을 끝냈다. 허웅은 여전히 그 당부를 잊지 않는다. 존경하는 선배의 등번호를 달았으니,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이를 악문다.

경북고를 졸업한 허웅은 2015년 SK의 2차 2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투수를 늦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건장한 체격 조건(187㎝/85㎏)을 앞세운 빠른 공을 던졌다. 구단은 당장의 완성도보다는 미래를 생각하고 앞순위 지명권을 투자했다. 다만 군에 가기 전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은 분명 빨랐고, 150㎞를 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제구가 문제였다. 결국 군도 현역으로 해결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나 공익근무가 아닌,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여러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허웅이다. 허웅은 “야구인이 아닌 일반인들의 사고 방식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면서 “후회는 없었다. 생각을 더 간절하게 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야구에서 떨어지니 야구가 더 간절해지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부대 내에서 틈틈이 캐치볼을 하면서 복귀를 별렀다.

그렇게 현역 복무를 마치고 지난 시즌 막판 복귀한 허웅은 야구를 하지 못했던 울분을 마음껏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 막판 4경기에 나가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제구가 조금씩 잡힌다는 평가다. 허웅은 “결국 제구력이 문제였다. 구속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돌아보면서 “지금은 제구력을 잡을 수 있는 폼을 생각하고 유지하려고 한다.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수줍게 웃었다.

허웅은 66번 선배인 윤희상과 묘하게 닮았다. 우선 우완의 장신 투수다. 여기에 140㎞대 중반의 공을 던질 수 있다. 포크볼·슬라이더라는 레퍼토리도 비슷하다. 구종을 추가하면서 계속해서 윤희상을 닮아가고 있다. 허웅은 “예전 일을 잘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제구를 좀 더 신경을 쓰니 구속이 1~2㎞ 정도 줄기는 했다. 그런 점에서 보완을 해야 한다. 1군 기회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른다. 안 아프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좋은 번호 물려받았으니 잘하겠다”고 했다. 윤희상과 퓨처스팀이 그런 허웅의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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