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적인 선수들의 준비에 만족감을 드러낸 이강철 kt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울산, 김태우 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14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SSG와 경기를 앞두고 “2군으로 내려갈 선수들이 결정됐다”고 어렵게 말을 열었다. 고민의 흔적이 많아 보였다.

10개 구단들은 1차 캠프 때 대규모 명단을 짠다. 주축 선수들은 물론 실험하고 확인해야 할 선수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범경기에 나갈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이맘때 쯤 1차적으로 선수들을 걸러낸다. kt도 마찬가지다. kt는 15일 팀의 2군 시설이 있는 익산에서 출정식을 하는데, 이 시점을 기준으로 투수 5명, 야수 3~4명 정도를 익산에 놓고 수원으로 향할 예정이다.

아까운 선수들이 태산이다. 이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19년을 떠올리면서 “지금 떨어지는 선수들이라도 그때였으면 다 1군이다. 이게 다 (선수의) 운인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선수들의 기량이 부족해서 2군에 가는 게 아니라, 그만큼 2년 동안 kt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강조한다. 이 감독은 “배제성이 (2019년이 아닌) 지금 들어왔다면 계속 기다릴 수 있었을까 생각도 든다”고 했다. 당시와 지금은 선수단이 질적으로 다르다는, 가장 상징적인 비유다.

그래도 내심 흐뭇한 게 있다. kt는 이 감독 부임 첫 해인 2019년 승률 5할을 달성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구단 역사상 첫 5할 승률 시즌이었다. 그렇게 승리하면서 “우리는 어차피 최하위권”이라는 패배의식이 상당 부분 지워졌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역사상 최고 성적인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하면서 kt는 비로소 ‘위닝 팀’이 됐다. 그 맛을 선수들이 이제는 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이제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인다”고 이야기한다. 야구를 잘한다고 거들먹거리는 선수는 아예 사라졌다고도 덧붙인다. 선수들은 착실히 몸을 만들었다. 이 감독이 “투수 쪽이나 야수 쪽이나 조금 빠르다. 작년보다 페이스가 빨리 올라왔다”고 약간 걱정할 정도다. 긴 이동이 필요없는 국내 전지훈련에 날씨까지 도와줘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게 크지만, 그래도 선수들의 기본적인 준비가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쟁은 치열하다. 사실 어느 정도 뼈대가 결정되어 있는 부분도 많은 kt지만, 몇몇 자리에서는 1군 엔트리를 향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감독도 이런 부분은 계속해서 지켜볼 예정이다. 여기에 당장 1군에서는 쓰지 않아도 1군 더그아웃 분위기를 경험할 필요가 있는 선수들 1~2명을 계속 데리고 다니면서 예비 전력도 키운다는 구상이다.

기장과 울산으로 이어진 남부지방 캠프를 마무리한 kt는 15일 익산에서 출정식을 가지고, 이제 대체로 수도권에서 경기를 한다. 이 감독은 “고척 키움전부터는 대체적으로 모든 주전 선수들이 나갈 것이다. 알몬테와 유한준도 지명타자 포지션을 나눠서 소화한다. 알몬테도 조금씩 힘을 쓰기 시작하더라. 120m는 나간다”고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기는 맛을 안 kt가 그 기운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이제 서서히 준비의 성과가 드러날 때가 됐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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