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연(왼쪽) 윤여정. ⓒ곽혜미 기자, 파인하우스필름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스티븐 연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며, 윤여정은 한국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15일(현지시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를 온라인으로 발표한 가운데, 영화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스티븐연), 여우조연상(윤여정) 음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연상케 하는 행보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편집상, 미술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드 우조 4개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인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첫 공개 당시부터 할리우드 아시아 파워를 대변하는 작품으로 주목받아 왔다. 동양인이 등장할 뿐 미국영화인 '미나리'는 대사 절반 이상이 영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채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 1개 부문에 올라 이를 수상한 바 있다. 이와 달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미나리'가 당당히 작품상을 비롯한 주요 후보에 올라 더욱 눈길을 끈다. '미나리'는 '더 파더', '유다 앤 블랙 메시아', '맹크', '노매드랜드', '프라미싱 영 우먼', '사운드 오브 메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등과 작품상을 두고 경합한다.

▲ '미나리' 정이삭 감독. ⓒRibervic LLC
▲ 영화 '미나리' 스티븐연. 제공|판씨네마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어나더 라운드'의 톼스 빈터버그, '맹크'의 데이비드 핀처,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메랄드 펜넬 등이 감독상 후보다.

역시 한국계 미국인인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오스카상을 두고 쟁쟁한 톱스타들과 경합하게 됐다. 한국계 최초의 기록이다. 앞서 몽골계인 러시아인 배우 율 브리너가 '왕과 나'(1956)로 아시아계 최초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인도계 영국인 벤 킹슬리가 '간디'(1982)로 역시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스티븐 연 외에 '사운드 오브 메탈'의 리즈 아메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고 채드윅 보스만,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 '맹크'의 개리 올드만이 후보에 오르며 경합을 예고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스티븐연은 미드 '워킹데드'로 스타덤에 올랐으며, 봉준호 감독의 '옥자', 이창동 감독의 '버닝'에도 출연하는 등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하다. 처음으로 제작에 나선 영화인 '미나리'에서는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고 싶어하는 아버지 제이콥 역을 맡아 영화를 이끌었다.

▲ 윤여정. 영화 '미나리'. 제공|판씨네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1순위에 꼽혀 온 배우 윤여정은 이변 없이 후보에 등극했다. 동시에 한국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지만 연기상 부문에서는 후보에 오르지 못한 바 있다. 아시아 여배우가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상까지 수상한 것은 단 한 차례로, 1957년 '사요나라'의 일본 배우 우메키 미요시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시상식에서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여우조연상을 두고 경합한다.

'미나리'가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감독상을 석권할 당시부터 신스틸러로 찬사를 받았던 윤여정은 그간 각종 영화상과 비평가협회상에서 '미나리'로만 30개가 넘는 트로피를 휩쓸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강력한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혔다. 미국배우조합상(SAG)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됐으며, '미나리'가 6개부문 후보에 오른 영국아카데미상(BAFTA) 시상식에서도 여우조연상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 영화 '미나리'. 제공|판씨네마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이야기.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다. 200만 달러(약 22억 원)의 저예산 영화지만, 낯선 환경과 인종차별 속에서 묵묵히 일하며 가족의 의미를 묻는 섬세하고도 사려깊은 시선은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이라는 평가 속에 할리우드와 한국 모두에서 반향을 일으켰고, 올해 아카데미 시즌의 기대작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미나리'가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어떤 결과를 얻을지, 최초의 기록과 함께 아카데미 후보 입성에 성공한 스티븐 연, 윤여정이 수상의 영예까지 거머쥘지 주목된다.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은 오는 4월 25일 개최된다.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roky@spotv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