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2군 전력분석원으로 변신한 배장호가 16일 익산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익산, 고봉준 기자
-롯데 떠난 배장호, kt 2군 전력분석원 변신
-수원 출신으로 지난해 은퇴 경기 상대도 kt
-“롯데 식구들 고마워…이젠 kt 위해 뛰겠다”

[스포티비뉴스=익산, 고봉준 기자] 현역 시절에는 쉽게 볼 수 없던 안경 낀 얼굴과 컴퓨터 앞에서 이것저것 데이터를 입력하는 모습이 꽤나 ‘느낌’ 있었다. 아직 서툴기는 하지만, 조금씩 배워가려는 자세에서 새 출발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kt 위즈 2군 선수단의 훈련이 한창이던 16일 익산구장에선 낯익은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배장호(34)였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만을 입고 뛰었던 배장호가 새로운 야구 인생의 장을 열었다. 올 시즌부터 kt 위즈 2군 전력분석원으로 변신한 배장호는 “선수들의 운동 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데이터로 입력한다. 또, 경기가 있는 날에는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고 웃었다.

배장호는 2010년대 롯데의 대표적인 언더핸드 투수로 활약했다. 2006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2차지명에서 롯데로부터 4라운드 지명을 받은 뒤 줄곧 같은 유니폼만 입으며 통산 300경기 동안 19승 11패 23홀드를 기록했다.

막중한 임무를 지닌 클로저는 아니었지만, 필승조와 추격조 그리고 때로는 대체선발까지 소화한 마당쇠가 배장호였다.

▲ 롯데 시절의 배장호. ⓒ스포티비뉴스DB
그러나 배장호는 현역 말미 허리 부상을 안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2019년 한 경기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고, 지난해 5월 구단과 면담을 통해 은퇴를 결심했다.

배장호는 “사실 이전부터 은퇴를 생각하기는 했었다. 물론 최종 결정까지는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내가 15년간 몸담은 롯데에서 마침표를 찍고 싶은 마음이 커서 조금은 이른 은퇴를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은퇴 후 배장호는 롯데 2군이 있는 김해 상동구장에서 프런트 경험을 쌓았다. 데이터 활용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업무 등을 눈으로 익혔다. 그러나 계속 2군에서 머물기가 어려워지면서 아쉬움을 안고 롯데를 떠나기로 했다.

배장호는 “지난해 10월 초로 기억한다. 사직구장을 들러 롯데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직원분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그날 kt가 원정경기를 치렀는데 당시 운영팀장님께서 나를 잠시 보자고 하시더라. 그리고는 kt 2군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말씀을 주셨다. 그렇게 해서 롯데를 떠나 kt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뜻밖의 제안이었지만, 배장호는 “돌이켜보면 이 모든 일이 운명 혹은 인연 같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먼저 배장호는 유치원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줄곧 kt의 안방인 수원에서 지냈다. 출신교 역시 수원신곡초와 수원북중 그리고 유신고로 모두 수원을 연고로 하고 있다.

인연은 계속됐다. 배장호는 지난해 은퇴를 결심하면서 롯데 구단 관계자에게 마지막 부탁을 건넸다. 15년간 몸담은 친정에서 소박하게라도 마지막 등판을 치르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해서 마련된 비공식 은퇴 경기가 5월 24일 상동구장에서 열린 kt 2군과 홈경기였다. 배장호는 “인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다. 내가 이렇게 kt로 오게 될 줄 알고 은퇴 경기를 kt와 치렀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 롯데 시절의 배장호. ⓒ스포티비뉴스DB
인터뷰 말미, 배장호는 1년 전 그때처럼 부탁 하나를 이야기했다.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보낸 롯데의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는 부탁이었다.

배장호는 “그래도 롯데에서 나를 믿어주셔서 내가 15년간 프로선수로서 뛸 수 있었다. 또, 그 덕으로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말로 다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롯데팬분들께도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진심을 다해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마지막 등판 때 kt 선수들이 많은 축하를 보내줬다.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 kt 소속이 된 만큼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지난해 kt가 사상 첫 가을야구를 경험했는데 올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익산,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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