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신수(왼쪽)의 적응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김강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강민이 밥을 안 먹고 기다리더라”

SSG 구단 관계자는 13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kt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베테랑 김강민(39·SSG)이 점심 식사를 미루면서까지 한 선수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날 홈팀 kt에 이어 훈련을 시작한 SSG는 오후 1시로 예정된 경기 진행에 앞서 서둘러 점심 식사를 끝내야 했다. 보통 베테랑 선수들은 가장 먼저 훈련에 나서 가장 먼저 훈련이 끝나니 김강민은 그나마 여유가 있었다. 

그런 김강민이 오후 12시가 넘어서까지 점심 식사를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김강민이 기다린 선수는 바로 추신수(39·SSG). 추신수는 이날 오후 12시쯤 언론 인터뷰 요청에 훈련 종료 후 곧바로 인터뷰실로 향했다. 김강민은 추신수의 인터뷰가 모두 끝난 뒤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모든 선수들이 이미 식사를 마칠 시점이었다. 추신수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은 것이다.

추신수(39·SSG)는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지난해까지 계속 미국에서만 뛰었다.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야수지만, 사실 KBO리그와 접점이 거의 없다. 

부산고 동기동창인 정근우를 비롯, 고교 시절 친분이 있었던 선수들은 이제 거의 대부분이 현역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가장 근래 국가대표팀 출전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같이 뛰었던 멤버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현역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라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추신수라도 KBO리그에서는 처음부터 적응해야 하는 신인의 심정도 일정 부분 공유하고 있다. 

그 심정을 보듬는 SSG의 ‘엄마’가 바로 1982년생 동갑내기 김강민이다. 3월 11일 부산으로 합류한 추신수를 가장 앞장 서 맞이한 것도 김강민이었다. 이후 모든 훈련 일정에서 추신수는 항상 김강민 곁에 붙어있다. 김강민이 SSG의 문화를 설명하고, 추신수의 팀 적응을 돕는 가교 임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대선배라도 해도 처음으로 마주하는 후배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클럽하우스에서 어색할 수밖에 없는 법. 하지만 추신수도 김강민 덕에 한시름을 덜었다.

김강민은 호평이 자자한 이런 모습에 대해 “도와준다기보다는 서로 챙기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 같은 팀에 동갑인 선수들끼리 서로 잘 지내는 것뿐이다”고 겸손해 하면서 “캠프 기간 동안 혼자였기 때문에 나도 친구가 고팠다. 현재까지 힘들거나 어려운 건 전혀 없다”고 웃었다.

사실 김강민 정도의 베테랑 선수를 터치하는 지도자도 없고, 편하게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주장 이재원을 도와 선수단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김강민은 개인주의와 거리가 멀다. 추신수 적응을 자처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추신수가 적응을 마치는 순간, 김강민의 임시 임무도 끝이 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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