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경력에서 가장 높은 평가와 함께 시즌을 시작하는 류현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임창만 영상 기자] 류현진(34·토론토)은 메이저리그(MLB) 입성 이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투수다. ‘부상이 없다면’이라는 전제가 붙기는 하지만, MLB 통산 138경기(선발 137경기)에서 기록한 2.95라는 평균자책점을 가벼이 여길 수는 없다.

그러나 랭킹에서는 항상 과소평가됐다. 부상이 잦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역시 압도적인 강속구를 앞세운 투수가 아니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른바 ‘강렬한 인상’ 측면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년 연속 사이영상 ‘TOP 3’에 진입하자 현지 언론의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올해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의 유력한 후보이자, MLB에서도 손에 꼽히는 투수라는 타이틀과 함께 시즌을 시작한다.

미 스포츠전문웹진 ‘블리처리포트’는 25일(한국시간) 자체 선정한 메이저리그 선수 랭킹을 발표했다. 류현진은 전체 28위에 올랐다. 그간 여러 매체의 선수 랭킹에서 류현진이 100위 내에 든 적은 적지 않지만, 28위까지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꼭 이 매체뿐만 아니라 올 시즌을 앞두고 여러 매체들이 발표한 선수 랭킹에서도 류현진은 생애 최고 위치에서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비판론자들을 깔끔하게 잠재운 셈이다.

선발투수로는 전체 4위다. 류현진에 앞선 선수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연패 수상자인 제이크 디그롬(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와 9년간 3억24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은 게릿 콜(뉴욕 양키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뿐이다. 

블리처리포트는 “류현진이 압도적인 선수는 아니지만, 지난 세 시즌 동안 조정 평균자책점에서 오직 제이콥 디그롬만이 류현진을 앞선다”며 류현진의 실적을 인정했다. 공이 빠르든 느리든 어쨌든 타자만 제압할 수 있으면 된다. 류현진은 전체적인 인상보다는 ‘결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호평이다. 

동양인 최고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는 32위, 마에다 겐타(미네소타)는 45위로 류현진에 살짝 못 미쳤다. 심지어 류현진의 다저스 시절 최고 투수였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40위)도 따돌렸다. 2~3년 사이에 확 치솟은 류현진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올 시즌 기대치는 더 커지고 있다. 토론토에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토 역사상 최고 금액 FA 선수인 조지 스프링어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차세대 에이스로 불리는 네이트 피어슨은 캠프 초반부터 이탈했고, 마무리 커비 예이츠는 정규시즌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채 시즌 아웃됐다. 눈에 띄는 구속 증강으로 기대를 모은 로비 레이도 팔꿈치를 살짝 다쳤다.

류현진 외 기대주들이 죄다 부상 늪에 시달리면서 결국 부담감은 다시 류현진의 어깨 위로 향한다. 하지만 시즌 준비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순탄하고, 류현진 스스로도 제구가 더 나아질 것 같다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강속구보다는 정교한 커맨드를 자랑하는 류현진은 노쇠화 자체도 느릴 가능성이 있다. 역대 최고 평가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임창만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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