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함덕주(왼쪽)와 김태형 감독.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마음이 좀 그렇죠."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애지중지'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좌완 함덕주(27, LG 트윈스)를 특별히 아꼈다. 김 감독은 늘 함덕주를 "아직도 나한테는 애 같다"고 이야기한다. 함덕주가 원주고를 졸업하고 2013년 입단했을 때부터 봐온 것도 있지만, 어려도 마운드 위에서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는 배짱을 특히 아꼈다.

하지만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는 함덕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두산은 25일 LG에 투수 함덕주와 채지선을 내주고 내야수 양석환과 투수 남호를 받는 2대 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LG가 먼저 제안한 트레이드였지만, 김 감독과 프런트가 동의했기에 진행할 수 있었다. 

함덕주는 팀에 부족한 젊은 좌완이라는 확실한 강점이 있었다. 당장 두산 불펜에서 기용할 수 있는 좌완은 냉정하게 베테랑 이현승과 장원준 둘뿐이다. 이교훈, 최승용 등이 연습 경기와 시범경기에서 기회를 받았지만, 1군 무대에 바로 올리기에는 조금 더 정교하게 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면 왜 함덕주를 트레이드 카드로 썼을까. 철저하게 우선순위를 따졌다. 공격력 강화와 1루수 보강을 위해서는 함덕주를 내주는 출혈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스프링캠프 동안 기회를 준 김민혁과 신성현이 정규시즌까지 조금 더 두고 봤을 때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줬다면, 트레이드는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좌완 남호를 데려올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트레이드였다. 실제로 두산은 양석환과 함덕주의 1대 1 트레이드가 추진됐을 때는 망설였다. 두산은 남호를 추가 카드로 제안했고, LG가 받아들이면서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LG는 채지선을 추가로 받았다. 

또 하나는 팀 내에서 함덕주의 쓰임이다. 함덕주는 지난해부터 선발로 뛰고 싶다고 언론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평소 김 감독이라면 '보직 결정은 감독의 권한'이라고 잘라 말했겠지만, 이때는 함덕주의 뜻을 지나치지 않고 들어줬다. 마침 고전하던 선발투수 이영하가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바꿔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다는 뜻을 코치진에 전달했다. 함덕주와 이영하는 서로 보직을 맞바꿨으나 둘 다 뚜렷한 결실은 얻지 못한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올해 두 선수는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선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영하는 컨디션이 올라오는 속도는 더디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고, 함덕주는 다시 불펜에서 시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 감독이 함덕주를 선발로 쓰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LG는 함덕주를 선발로 쓸 생각으로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두산 관계자는 "감독님이 함덕주가 올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쓸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공격력이 떨어져 있으니까. 결단을 내렸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26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트레이드가 그렇다. 감독은 우리가 부족한 자리에 저 선수가 왔으면 하는 마음이 보이는데 선수를 주기는 싫으니까. 필요 없는 선수는 없지 않나. (함)덕주는 지금도 어리게 보이고, 애 같다(웃음). 그래서 마음이 그렇더라. 잘했으면 좋겠고, 트레이드하고 나서 결과로 잘했다 못했다 이야기하는데 할 때는 일단 필요한 것만 보니까. 내야가 딱 정비가 되면서 조금 더 뭔가 짜임새가 있어 보이는 것 같다. 팀은 정비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함덕주는 "감독님께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셨다. 가서도 잘하라고, 너한테도 좋은 기회라고 해주셔서 받아들였다. 어디 가서든 내가 잘해야 두 팀 모두 좋은 게 아닌가 싶어서 섭섭한 감정도 있었지만, 더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LG는 함덕주를 오는 29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 선발투수로 내보내 가능성을 점검하려 한다. 함덕주는 LG에서 보직과 관련해 "보직은 다 좋다. 확실한 내 자리가 정해지면 그 자리에 맞춰서 할 자신은 있다. 선발됐다가 마무리됐다가 하다 보니까. 스스로도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확실히 내 자리가 정해지면 그에 맞춰서 준비해서 한 가지에 몰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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