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가 2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시범경기 첫승을 신고했다. 두산은 올 시즌 새로 합류한 양석환(왼쪽에서 3번째)과 강승호(왼쪽에서 4번째)가 내야 경쟁 구도를 새롭게 바꿔주길 기대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달라졌잖아요."

두산 베어스 고위 관계자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두산은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 트윈스와 시범경기에서 7-3으로 역전승했다. 시범경기 5경기 만에 거둔 첫 승리였다. 연습경기까지 포함하면 10연패 탈출이다. 

단순히 한 경기를 이겨서 지은 미소가 아니었다. 선수단에 맴도는 새로운 긴장감을 감지했기에 지은 미소였다. 

두산은 25일 LG와 돌연 2대 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투수 함덕주와 채지선을 내주고 내야수 양석환과 투수 남호를 받는 조건이었다. 

두산은 지난해 부족한 포지션을 트레이드로 채우면서 효과를 본 좋은 기억이 있다. 이용찬과 크리스 플렉센의 부상으로 마운드 붕괴 위기에서 홍건희와 이승진을 영입해 필승조로 키웠다. 두 투수는 중위까지 떨어졌던 두산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이번 트레이드는 부족한 포지션을 채운다는 목표는 지난해와 같지만, 트레이드 카드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다. 홍건희는 내야수 류지혁(KIA), 이승진은 포수 이흥련과 외야수 김경호(이상 SSG)를 내주면서 영입했다. 1군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한 백업급 선수들의 트레이드였다. 

함덕주는 조금 다른 케이스다. 함덕주는 선발과 마무리 투수로 2017년부터 꾸준히 1군을 지킨 투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게다가 현재 두산에 귀한 좌완이기도 하다. 이런 주전 선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쓸 때는 선수단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두산은 2016년 김재환과 박건우의 좌익수 쟁탈전을 끝으로 사실상 주전 경쟁이 없었다. 2019년 포수 박세혁이 새 안방마님이 된 것을 제외하면 최근 4시즌 동안 베스트 라인업은 고정이었다. 백업 선수들이 엿볼 기회 자체가 적기도 했지만, 기존 주전 선수들을 뛰어넘을 무언가를 보여준 선수들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2루수 최주환(SSG)과 1루수 오재일(삼성)이 FA로 이적하면서 견고했던 틀이 깨졌다. 1루수가 완전히 공석으로 비어 있었다. 백업 선수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두산에서 내야 한 포지션이 무주공산으로 남아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기에 누구든 이 기회를 잡으려 애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과 구단이 바랐던 건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 1루수로 기회를 얻은 김민혁, 신성현 모두 공격과 수비에서 조금씩 아쉬운 결과를 내며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1루수를 확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동안 팀 공격력은 전반적으로 떨어졌고, 시즌 준비 기간이라고 해도 심상치 않은 긴 연패가 이어졌다.

결국 선수단 안팎의 분위기를 바꿀 무언가가 필요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도 똑같은 생각을 한다. 선수들도 똑같이 시즌을 구상할 텐데, (양석환이 오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것 같다. 내야가 딱 정비가 되면서 조금 더 뭔가 짜임새가 있어 보이는 것 같다. 양석환은 장타력 보강이라기보다는 우선 오른손 타자(양석환)가 타순에 그래도 있는 게 느끼기에 차이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덕주까지 과감히 포기한 두산의 선택은 일단 성공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시범경기 첫 승을 신고하며 바람대로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 게 첫 번째다. 양석환이 1루수로 도약할 만한 활약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게 그다음이다.

두산은 올해 보상선수로 합류한 박계범과 강승호를 비롯해 양석환까지 기존 내야진의 다음 세대로 대비할 수 있는 카드를 충분히 확보해 뒀다. 함덕주라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새로 짠 판이 언제, 또 얼마나 오래 효과를 볼지는 지켜봐야 한다. 김민혁과 신성현에게도 기회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현재 팀의 평가는 냉정하게 받아들이되 계속해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함덕주의 빈자리는 베테랑 이현승과 장원준으로 버텨보고, 새로 데려온 남호가 힘을 실어주길 기대해봐야 한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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