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선수들이 5일 대전 키움전을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한화, 시범경기에서 4승1패 순항
-올 시즌 앞두고 선수단 대폭 개편
-젊은 선수들, 기회 받으며 성장中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선수들이 알아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최근 시범경기 들어 달라진 덕아웃 분위기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꼴찌 추락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선수들 스스로 바뀌고 있음을 설명하면서였다.

한화의 시범경기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한화는 2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새 외국인투수 라이언 카펜터의 5이닝 2안타 8삼진 무실점 호투와 5번 3루수로 선발출전한 노시환의 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의 맹타를 앞세워 6-5로 이겼다.

전날 kt를 상대로 5-12로 대패하면서 3연승 행진이 끊긴 한화였지만, 선수들은 주눅 든 모습이 없었다. 오히려 상대 마운드를 압도하며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았다. 0-0으로 맞선 4회초 1사 1·3루 찬스에서 정진호가 우전 적시타를 터뜨려 3루주자 하주석을 불러들였고, 이어 정진호가 안타 후 2루를 노리는 사이 3루까지 도달해있던 노시환이 홈을 파고들어 추가득점을 올렸다.

6회 1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선 노시환이 쐐기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조현우의 140㎞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이어 정진호의 볼넷과 도루로 만든 2사 2루에서 이해창이 중전 적시타를 터뜨려 5-0으로 도망가며 쐐기를 박았다. 비록 9회 불펜이 흔들리며 1점차까지 쫓겼지만, 승리는 내주지 않았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시범경기에서 4승1패 순항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화는 지난해 최하위로 추락한 뒤 김태균과 이용규, 송광민, 최진행, 안영명 등 베테랑들과 대거 작별했다. 체질 개선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면서 한화는 ‘잃을 것’ 없이 올 시즌을 맞았다. 다시 최하위권으로 처지더라도 미래를 내다보겠다는 포석이었다. 수베로 감독 역시 실패할 자유를 강조하며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그러면서 올 시즌 시범경기부터 박정현과 허관회, 최인호, 유장혁, 장운호 등 젊은 선수들이 기회를 받았는데 이들 모두 나름의 가능성을 보이면서 변혁을 예고했다.

▲ 한화 외국인투수 라이언 카펜터가 26일 수원 kt전을 마친 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수원, 고봉준 기자
덕아웃 풍경도 눈여겨볼 만하다. 리드 시점이든, 지고 있는 상황이든 한화는 늘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이 알아서 해주고 있다.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시끄럽게 해주고 있다”고 그저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마운드에선 카펜터의 존재감이 인상적이다. 메이저리그 경험은 14경기뿐으로 경력이 그리 화려하지 않은 카펜터는 최근 2게임 내리 8삼진을 잡는 위력투를 보이며 올 시즌 전망을 밝혔다.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26일 수원 kt 위즈전에서도 5이닝 2안타 8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6-5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경기 후 만난 카펜터도 지난해 한화의 추락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때부터 듣던 이야기라며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대신 “올 시즌에는 모두의 예상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많은 관계자들을 놀라게 해 드리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물론 한화가 당장 5강권으로 들 수 있다는 예상은 사치일지 모른다. 한화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기준으로만 놓고 봤을 때 한화가 올 시즌 다크호스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는 그리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잃을 것이 없어 더 무서운 한화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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