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마운드의 중책을 짊어진 KIA 1차 지명자들. 정해영(왼쪽)과 이의리 ⓒ연합뉴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산수를 좀 하게 되면”

미세먼지로 취소된 29일 광주 kt전(시범경기)을 앞두고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한 선수의 등판 일정에 대해 “산수를 좀 해야 한다”고 껄껄 웃었다. 당초 30일 선발로 예정됐던 고졸 신인 이의리(19·KIA)의 선발 등판이 왜 29일로 당겨졌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이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취재진의 계속된 질문에 결국은 일요일(4월 4일) 등판을 생각하고 있었음을 털어놨다.

물론 이날 경기가 미세먼지로 취소되고, 개막전(4월 3일)에 비 예보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의리의 KBO리그 데뷔전이 언제쯤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날 윌리엄스 감독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의리의 개막 로테이션 합류가 확정됐다는 것이다. 순번이 문제일 뿐, 고졸 신인이 중책을 맡은 것이다.

그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력으로 로테이션 합류 자격을 증명했다. 연습경기부터 좋은 투구를 선보였던 이의리는 3월 25일 롯데와 경기에서 5이닝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8㎞. 좌완으로서는 리그 최정상급 강속구다. 물론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야 있겠지만, 패스트볼과 전반적인 제구, 그리고 변화구 구사까지 고졸 신인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이의리는 메이저리그(MLB) 도전의 큰 꿈을 품고 떠난 양현종(33·텍사스)의 흔적을 이어 받은 모양새가 됐다. 팀 로테이션 선수 중 유일한 좌완이라는 점도 그렇고, 지역 출신의 상위 지명자라는 점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클 수 있다는 잠재력 또한 그렇다. 광주에서 자란 이의리는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올해 KIA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선발에 이의리가 있다면, 공교롭게도 불펜에는 또 하나의 1차 지명자가 팀의 운명을 쥐고 있다. 지난해 1차 지명자인 정해영(20)이 그 주인공이다. 정해영은 지난해 47경기에서 38⅓이닝을 던지며 5승4패1세이브11홀드 평균자책점 3.29의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초반에는 추격조부터 시작해 결국 필승조 한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올해 KIA는 지난해 개막 마무리였던 문경찬(NC)의 이적, 그리고 후임 마무리였던 전상현의 부상으로 지난해 이맘때와는 사뭇 다른 불펜진 구성을 해야 한다. 박준표가 가장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정해영은 필승 셋업맨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정해영은 시범경기 두 차례 등판에서 2⅔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의 무결점 성적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중책을 기대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1년 선·후배 사이인 정해영과 이의리는 이처럼 KIA 마운드를 지탱해야 하는 무거운 짐이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결국 이들이 이끌어가야 할 KIA 마운드라는 점에서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에도 불구하고 광주·전남 지역의 팜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기도 할 전망이다. 올해도 특급 선수들이 많아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시선이 일제히 광주로 향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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