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당히 팀의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한 KIA 고졸 신인 이의리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다. MLB에서만 17년을 뛰며 올스타에 5번이나 선정됐다. MLB 감독직(워싱턴)도 지냈다.

항상 슈퍼스타였고, 스타 대접을 받았으며,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지도자로 스타들과 함께 했다. KBO리그의 특성을 이해한다고 해도 당연히 선수를 보는 눈은 기본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 고졸 신인, 메이저리그로 따지면 이제 막 루키 혹은 싱글A에 있을 선수가 윌리엄스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KIA의 2021년 1차 지명자인 좌완 이의리(19)다. 윌리엄스 감독은 29일 kt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이의리의 선발 로테이션 합류를 공언했다. 최소 3대1의 치열한 경쟁 끝에 이의리가 양현종(텍사스)의 빈자리를 메울 선수로 낙점된 것이다.

고교 시절 김진욱(롯데) 장재영(키움) 등과 더불어 최고 레벨 투수로 인정받았다. 좌완으로 빠른 공을 던지고 에이스 기질까지 있다는 게 스카우트들의 공통된 호평이었다. 하지만 프로는 프로. 고졸 신인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연습경기부터 심상치 않은 투구를 선보이더니, 25일 롯데와 시범경기에서 5이닝을 7탈삼진 무실점으로 긁어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의리의 최대 장점으로 공의 힘을 뽑는다. 이는 고교 시절 그를 평가한 스카우트들, 그리고 최근 이의리를 투구를 지켜본 현장 및 야구 관계자들의 말과 궤를 같이 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일단 가장 첫 번째 보이는 것은 볼 끝의 힘이다. 캠프 때 직구가 잘 잡히는 날에 체인지업도 잘 먹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슬라이더와 커브도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구속이라고 해도 타자가 느끼는 체감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이다. 여기에 투구 동작도 까다로워 타자는 공이 상대적으로 늦게 보인다는 평가가 있다. 윌리엄스 감독도 “아무래도 가장 높게 보고 있는 점이라면 직구 자체가 구속이 나오는 것보다, 실제 타자 입장에서 봤을 때 볼이 빠르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결국 투수라는 것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게 하는 일이다. 볼끝이 좋은 선수라고 하면 확실히 좋은 투수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칭찬을 이어 갔다.

윌리엄스 감독은 그런 이의리를 정규시즌 두 번째 경기인 4월 4일 잠실 두산전에 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3일 개막전 선발은 의심의 여지없는 에이스 애런 브룩스.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 사이에 좌완 이의리를 끼어 넣는다는 계획이었다. 

선발 로테이션의 순번은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하지만, 나름대로의 상징성도 가지고 있다. 특히 어떤 선수가 개막전 선발로 나서는지, 어떤 토종 선수가 가장 먼저 나가는지는 팬들은 물론 선수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곤 한다. 윌리엄스 감독은 토종 1번으로 이의리를 눈여겨본 것이다. 또한 순번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이의리가 윌리엄스 감독에 얼마나 큰 믿음을 심어줬는지는 4일 등판 일정을 짠 흔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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