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연속 200이닝 소화에 도전하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KIA의 1회 말 공격을 앞두고 다소 술렁거렸다. kt의 선발투수로 예고됐던 윌리엄 쿠에바스가 마운드에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불펜 자원인 안영명이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준비했다.

kt 벤치와 심판진 사이, 그리고 이강철 kt 감독과 맷 윌리엄스 KIA 감독 사이의 대화가 바쁘게 이어졌다. 쿠에바스가 마운드에 없었던 이유는 가벼운 부상 때문이었다. 경기 전 등판 준비를 위해 불펜 투구를 하다 등에 담 증세를 느꼈다. 등판 강행은 자칫 부상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보호령이 떨어졌다. 이날 투구 수 75개를 소화할 예정이었던 쿠에바스는 정규시즌 준비에도 다소간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또 있었다. 바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3회 등판한 것이다. 이 또한 경기 전 취재진에는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전 “쿠에바스가 75개를 던진다. 데스파이네는 내일(31일) 던질 예정”이라고 했다. 데스파이네는 31일 2군 경기 등판이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데스파이네가 갑자기 등판했으니 모두가 놀라는 게 당연했다.

그것도 준비 시간이 거의 없었다. 1회 안영명, 2회 하준호가 던진 뒤 3회 곧바로 올라왔다. 선발 예고가 없었으니 평소대로 준비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불펜에서 몸을 푸는 데 주어진 시간은 고작 20분 남짓이었다. 보통의 선발투수라면 자신의 루틴이라든지 부상 위험도를 들어 등판을 꺼렸을 법하다. 하지만 데스파이네는 마치 등판을 준비했던 것처럼 태연하게 등장해 최고 150㎞의 강속구를 던지며 5이닝을 막아냈다. 

데스파이네는 이날 5이닝 동안 77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안타 5개를 맞기는 했지만 볼넷은 없었고, 아주 잘 맞은 타구를 찾기도 어려웠다.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며 맞혀 잡는 피칭을 했다. 데스파이네의 시원시원한 투구 내용 그대로였다. 이날 77구 중 50구가 패스트볼 계통이었다. 패스트볼 구위 점검의 성격이 강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5승을 거둔 데스파이네는 리그를 대표하는 철완이다. 지난해 무려 35경기에 선발로 나갔다. ‘4일 휴식 후 등판’ 일정을 고집하는 독특한 루틴 덕이다. 207⅔이닝 소화는 리그 최고. 한결같이 마운드를 지킨 데스파이네 덕에 kt는 배제성과 소형준의 이닝도 관리할 수 있었다. 

지난해 200이닝을 던졌으니 후유증이 우려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몸을 잘 만들어왔다. 워낙 유연한 선수이기도 하다”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날 20분 준비 후 5이닝 소화는, 데스파이네의 몸 상태가 정상적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하나의 증명 사진이 될 법하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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