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전 선발 공개 시기를 조금 뒤로 미룬 이강철 kt 감독(왼쪽)과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카펜터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강철 kt 감독은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시범경기 최종전을 앞두고 개막전 선발에 대한 질문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무리하며 창단 후 최고 성적을 찍은 kt는 오는 4월 3일 안방인 수원에서 한화와 개막 2연전을 치른다. 그런데 이 감독은 개막전에 나설 선발투수를 공개할 시점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보통 시범경기가 끝나는 시점에는 개막전 선발 윤곽이 진하게 나오기 마련이다. 전력 노출이 싫어 현장에서 의도적으로 꽁꽁 숨기는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현장도 많이 유연해졌다. 1년에 딱 한 번 있는 선발, 그리고 시즌을 다시 여는 투수인 만큼 팬 서비스 차원에서 공개를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이 감독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쉽게 공개를 못하는 것은 상대 팀인 한화 역시 개막전 선발을 미리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야구를 해 이 방면에서 오히려 자유로울 것 같은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개막전 선발을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아직 선수에게도 통보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미 계획은 있겠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발표를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감독은 한화의 개막전 선발로 시범경기에서 절정의 구위를 뽐낸 라이언 카펜터를 예상하면서도 더 이상의 언급은 삼갔다. 대신 팬들의 궁금증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운 만큼 진한 힌트를 몇 가지 던졌다. 공개하지 않는 대신 강한 유추는 가능하게 했다. 그냥 공개해도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밸런스를 맞추기로 했다.

30일 KIA전에 등판할 선발투수는 윌리엄 쿠에바스였다. 갑작스러운 등의 담 증세로 등판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이날 쿠에바스는 75개의 투구 수를 소화하기로 되어 있었다. 사흘을 쉬고 개막전 등판은 어렵다. 이 감독은 경기 전 또 하나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 데스파이네에 대해서는 “내일 (2군에서) 던진다”고 했다. 데스파이네는 쿠에바스의 부상 탓에 갑작스럽게 등판해 30일 5.1이닝 77구를 던졌다. 역시 후보군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남은 선수는 토종 세 선수(소형준·고영표·배제성)다. 세 선수 중 하나인데 역시 소형준에 무게가 실리는 관측을 할 수 있다. 팀 내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발투수다. 고영표의 경우는 2년의 실전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부담을 줄 필요가 없다. 게다가 2군 등판이 한 차례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쾌조의 컨디션을 선보이고 있는 배제성은 소형준 고영표와 달리 시범경기에 한 차례만 등판했다. 

누가 되든 구단에는 작지 않은 족적이다. kt 구단 역사상 개막전 선발은 모두 외국인 투수였다. 2015년 어윈, 2016년 마리몬, 2017년 로치, 2018년 피어밴드, 2019년 쿠에바스, 그리고 지난해에는 데스파이네가 각각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소형준이든 고영표든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면 ‘구단 첫 국내 선수 개막전 선발’로 상징성이 큰 셈이다.

KBO 역사에 길이 남을 대투수 출신인 이 감독은 평소에도 국내 투수들에게 뭔가의 훈장을 달아주고 싶어 하는 지도자였다. 외국인 투수들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건 맞지만, 결국 정규시즌 성적을 좌우하는 건 국내 선발 투수들이 얼마나 부상 없이 경쟁력을 발휘하느냐다. 외국인 투수에 의지하지 않는 선발 로테이션은 이 감독 부임 이후 계속된 꿈이기도 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kt는 개막전 선발투수가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2일 이전, 즉 31일이나 4월 1일 미리 확정자를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한화 또한 1일쯤 개막전 선발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베로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꼭 카펜터나 닉 킹험이 아니더라도 국내 선수 또한 고려하고 있다. LG는 케이시 켈리, 키움은 에릭 요키시, 롯데는 댄 스트레일리, KIA는 애런 브룩스, 두산은 워커 로켓을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다. 개막전 선발이 외국인 잔치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kt와 한화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도 궁금하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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