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륭 해설위원] 지난해 7월,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 8월부터 곧바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해설을 맡게 됐다. 나는 2012년부터 프리미어리그 위주로 해설을 했기에 UEFA 챔피언스리그라는 새로운 무대는 묘한 기대감과 설렘을 줬다.

"UEFA 챔피언스리그 해설 맛들리면 다른 경기 쉽게 눈에 안들어 올거에요." 첫 경기 해설을 준비하던 내게 파트너인 김명정 캐스터가 했던 말이다. 첫 해설은 본선 조별리그 직전 단계인 플레이오프 FC포르투와 LOSC릴의 경기였다. 프랑스 리그앙은 익숙하지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는 생소했다. 무엇보다 당시 포르투는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새롭게 임명하며 팀 전체를 개편했던 시기였기에 이전 시즌과 스타일, 전력 등을 비교하기 어려웠다. 포르투는 완전히 새롭게 구성된 팀이었지만 수비가 강한 릴을 합계 스코어 3-0 으로 완파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에 적합한 선수를 맞춤형으로 영입했고 단기간에 그 '스타일'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포르투의 홈에서 열린 릴과 2차전(포르투 2-0 승)이 끝난 뒤 김명정 캐스터에게 이렇게 말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진짜 대박이네요."

포르투는 2014~15시즌 자국 리그에서는 승점 3점 차이로 벤피카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에 진출했다. 지금은 모두 포르투를 떠났지만 당시 다닐루, 알렉스 산드루 좌우 풀백과 중원의 카세미루, 올리버 토레스, 전방의 잭슨 마르티네즈의 영향력은 경기마다 돋보였다. 

15일 오전 드디어 석현준의 FC포르투 이적이 발표됐다. 어느 때 보다 밝게 웃는 얼굴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석현준은 올 시즌 비토리아 세투발에서 전반기 11골을 터뜨리며 포르투갈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올라섰다. 현재 포르투는 리그 3위. 무엇보다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유로파리그로 무대를 옮겼다. 그 여파로 로테테기 감독이 경질됐고 현재 콘세이상 (비토리아 기마랑이스) 감독 등이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팔카오-헐크-잭슨 마르티네즈 로 이어지는 포르투 스트라이커 계보처럼 최근 10년간 포르투 공격수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현재 포르투의 첫 번째 공격수 옵션은 리그 8골을 기록하고 있는 아부바카르다. 안드레 실바는 아직 어리고 알베르토 부에노는 2선에서 뛰는 게 적합해 보인다. 따라서 석현준은 아부바카르와 주전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석현준은 아부바카르가 갖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다. 부지런한 활동량과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볼 관리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무엇보다 나이에 비해 다양한 경험과 전반기에 축적된 자신감은 포르투에서도 큰 장점이 될 것이다.

지난 해 6월 한국에서 석현준을 만났던 기억이 있다. 25살의 젊은 선수지만 확실한 철학을 지니고 있었고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된 것 처럼 그의 축구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특히 사우디 알 아흘리에서 다시 포르투갈 나시오날로 이적할 때는 연봉이 1/10로 줄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20대 중반의 선수가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포르투갈 리그를 얘기하면서 석현준은 이렇게 말했다. "형, 포르투나 벤피카, 스포르팅에서 뛰는 선수들은 정말 차원이 달라요. 다른 팀들은 그렇게 안 느껴지는데 포르투는 정말 달라요."

석현준도 이제 포르투의 선수가 됐다. 그는 충분한 자격과 능력이 있다. 이제부터 '차원'의 차이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사진] 석현준 ⓒ 포르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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