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리시브가 흔들려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안정적인 리시브를 해 준 선수에게 고맙다."

경기를 마치고 감독들과 인터뷰하면 이기든 지든 그 원인을 리시브에서 찾는다. 공격의 시작인 리시브가 흔들리면 세터, 공격수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져 공격 성공률이 떨어진다. 세터가 많이 움직여서 토스하면 좌우 날개를 활용하는 단순한 공격을 시도하게 되는데,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의존하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강하고 까다로운 서브로 안정적인 리시브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세계 배구는 '스피드 배구'에서 답을 찾았다. 리시버가 공을 정확하게 올리지 않아도 빠르고 정확한 토스 또는 2단 연결로 상대 블로커가 따라붙기 전에 공격수가 공을 때려 성공률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때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공격수 4명은 동시에 공격 자세를 취하면서 상대가 공격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

스피드 배구를 하기 위해서는 코트 안에 있는 선수 6명이 모두 공격과 수비에 가담하면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공격 또는 수비 어느 한쪽이 부족한 '반쪽 선수'로는 스피드 배구를 실현하기 어렵다. 아울러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공격)'을 언제든지 쓸 수 있어야 공격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스피드 배구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리시브가 안 되면 빠른 플레이를 해서 세터가 상대 센터가 리딩을 해도 못 따라가게 만들면 된다. 파이프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된다. 외국 경기를 보면 레프트 2명이 다 파이프를 잘 쓴다. 그러면 속공을 하는 효과를 본다. 레프트 라이트가 오레올(현대캐피탈)처럼 빠르고, 파이프가 잘 터지면 속공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오버 핸드 리시브를 시도하는 선수가 늘어난 것도 세계 배구의 흐름과 관련이 있다. 세터에게 일단 공을 띄우고 리시브한 선수까지 빠르게 공격을 준비하기 위한 선택이다. 언더 핸드로 서브를 받을 경우 몸의 중심이 뒤로 쏠려 바로 공격에 가담하기 어려운데, 최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플로터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들이 늘면서 굳이 언더 핸드 리시브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배구계는 리시브가 흔들려도 경기를 풀어 가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승인과 패인을 모두 리시브에서 찾는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다.

[영상] V-줌인 리시브편 ⓒ 편집 스포티비뉴스 송경택

[사진] 까메호 오레올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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