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위해 뛰는 롯데 이대호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대호(39·롯데)는 롯데는 물론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타자다. 전무후무한 7관왕(2010년) 업적에 KBO리그 통산 1715경기에서 타율 0.309, 332홈런, 1243타점을 기록했다. 한·미·일 3개 리그를 경험한 보기 드문 경력도 가지고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2년 FA 계약을 맺었다. 스스로도 자신의 마지막 2년이라고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한다. 이제 슬슬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SSG와 시즌 개막전(우천 취소)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2년’을 강조했다. 그는 “은퇴 고민을 하다 보니 2년은 열심히 할 수 있고 우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 성적은 어쩔 수 없다. 신체 능력은 언제까지나 20대일수 없다. 냉정한 현실이고, 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베테랑이 된다. 지난해 성적도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다. 이대호는 144경기에서 타율 0.292, 100타점을 기록했다. 여기까지는 훌륭하다. 다만 장타율(.452)과 출루율(.354)은 전성기보다 한참 못했다.

이에 “이제 이대호를 대체할 선수를 찾아야 한다”, “이대호의 4번을 대체할 선수를 찾아야 한다”는 여론도 간혹 보인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이대호의 생각은 어떨까. 이대호는 그에게 자존심과 상징과도 같은 ‘4번’을 떼야 한다는 여론에 크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고 말한다. 이대호는 “주위에서는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하는데 선수들의 성적이 좋다면 그런 것은 신경 쓸 나이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길 바랐다. 이대호가 4번 자리에서 떠난다는 것, 혹은 주전 자리에서 떠난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타자가 이대호의 자리를 대신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오프시즌 중 백업 선수들의 기량에 좋아졌다는 이야기에 “내가 봐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자신감도 많이 붙었고, 후배들이 잘했으면 좋겠다”면서 “나도 열심히 해서 잘했으면 좋겠지만 내가 벤치에 앉아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백업들이 더 잘해서 주전이 된다면 선배로서는 박수를 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이대호는 이룰 것을 다 이룬 선수다. 돈도 벌 만큼 벌었다. 개인적인 욕심은 이제 거의 없다. 딱 하나 못 이룬 게 있는데 우승이다. 그 우승이라는 과정에만 있다면 자신의 성적은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대호는 “어쨌든 팀이 이겨야 한다. 팀이 이기면 기쁘다. 옛날처럼 하루에 홈런 두 개 치면 (개인 성적 덕에) 기쁠 때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자신을 밀어내고, 우승을 위해 서로 밀고 당길 후배들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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