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팬 조현길 씨(오른쪽)가 3일 비가 내리는 수원케이티위즈파크를 바라보고 있다. ⓒ수원,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어렵게 티켓을 구했는데….”

얄궂은 비였다. 오랫동안 개막만을 기다려온 야구팬들에겐 더욱 야속할 따름이었다.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개막전이 예정됐던 수원케이티위즈파크. 이날은 2021년 KBO리그의 출발을 알리는 하루였지만, 이른 오전부터 내린 비로 결국 플레이볼 2시간여를 앞두고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여러모로 아쉬운 하루였다. 모처럼 팬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KBO는 최근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모두 무관중으로 진행했지만, 이날 개막전부터 최소 10%에서 최대 30%까지 팬들을 들이기로 했다.

지난해 가을야구 이후 한동안 ‘직관’을 하지 못했던 팬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야구장 주위를 돌며 개막 분위기를 만끽했다. 궂은 비가 계속해 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플레이볼을 기다리던 팬들. 그러나 결국 정오 즈음 우천취소가 확정되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화팬 조현길(38) 씨는 아쉬움부터 드러냈다. 개막전을 맞아 일찍부터 발걸음을 했지만, 선수들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우천취소 발표를 앞두고 만난 조 씨도 이러한 팬들 중 한 명이었다. 우산 쓰기도 잠시 잊은 채 외야석 너머에서 야구장을 바라보던 조 씨는 “집은 수원이지만, 어릴 적부터 충북에서 살아서 오랫동안 한화를 응원해왔다. 마침 개막전이 이곳 수원에서 열려서 친구와 함께 찾았다”고 웃었다.

이어 “그런데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와서 걱정이 크다. 어렵게 좋은 자리를 예매했는데 취소가 될까 봐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화를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조 씨는 “한화가 비록 지난해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그래도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변화를 택하지 않았나.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이 많이 1군으로 올라와서 기대가 크다”면서 “물론 우리가 당장 5강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차근차근 전력을 다진다면 조만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 비가 내리는 수원케이티위즈파크 전경. ⓒ곽혜미 기자
kt팬들의 기다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처럼 홈구장을 찾은 kt팬들 역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만난 임규정(28) 씨는 “시범경기부터 야구장을 찾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도 개막전부터 무관중 제한이 풀려서 다행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런데 오늘 경기가 취소된다면, 다시 집으로 가서 내일 경기를 예매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래 다른 팀을 응원하다가 고향 수원을 안방으로 둔 kt를 좋아하게 됐다는 임 씨는 끝으로 “kt가 지난해 너무나 좋은 성적을 거둬서 기뻤다. 올해에도 가을야구를 넘어서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이야기했다.

코로나19와 유관중 전환 그리고 빗줄기라는 다양한 환경이 만들어낸 2021년 KBO리그 개막전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갔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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