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강률(왼쪽)과 이승진 ⓒ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시속 150km짜리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 후보 둘을 두고 고심 끝에 마무리 투수를 골랐다. 시작은 김강률(33)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3일 잠실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마무리 투수로 김강률을 낙점하고 새 시즌을 맞이한다고 밝혔다. 스프링캠프까지는 이승진(26)에게 마무리를 맡기려 했는데, 연습 경기와 시범경기에서 세이브 상황에 내보냈을 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범경기 성적은 4경기 4⅓이닝 1실점으로 나쁘진 않았지만, 마무리 경험이 있는 김강률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 감독은 "(김)강률이를 뒤쪽(마무리)으로 생각한다. 사실 강률이와 (이)승진이 모두 앞에서 던지면 편하게 잘 던지는데 뒤에 가면 조금 그렇다. 마무리라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나이가 있는 강률이가 뒤로 가는 게 괜찮을 것 같아서 출발은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두산이 파이어볼러 둘을 후보로 두고 마무리를 고르는 장면은 사실 낯설다. 지난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불펜에 파이어볼러가 없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지난해 선발로 고전했던 이영하의 불펜 투입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배경 가운데 하나기도 하다. 결국 지난 시즌 도중 홍건희와 이승진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파이어볼러 갈증을 해소했다. 

김강률과 이승진은 올봄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 두 투수 다 시속 150km 이상의 공을 던지며 클로저 후보로 눈도장을 찍었다. 김강률은 2018년 가을 햄스트링 부상 후 재기를 노리고 있고, 이승진은 성공적인 2번째 풀타임 시즌을 보내려는 각오가 대단해 동기 부여도 충분했다.

정재훈 투수 코치는 김강률과 관련해 "지난해 초반에는 확실히 구속이 안 나왔다. 트레이닝 파트 코치 이야기로는 오래 쉬었고, 몸은 안 아파도 시간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몸만 잘 만들면 구속은 올라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일단 김강률은 2018년 이후 다시 마무리 보직을 꿰차는 영광을 안았다. 

김강률이 시작부터 끝까지 마무리 투수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최고의 시나리오지만, 이승진도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에 대비해야 한다. 마무리가 아니더라도 필승조로서 해줘야 할 몫이 크다. 벌써 낙담할 필요는 없다. 

포수 박세혁은 "(이)승진이가 지난해 우리 팀에 오면서 확 잘 던진 케이스라 고민이 많더라. 2년차에는 1년차 때 멋모르고 했던 것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승진이에게 자신 있게 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해줬다. 우리 팀에서 가장 공 빠르고 구위가 좋은 투수다. 어차피 코너워크가 아닌 힘으로 눌러서 잡아야 하는 투수다. 맞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너 자신을 믿고 가운데 보고 던지라고 했다. 아직 어려서 생각이 많은 것 같더라"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두 투수가 '마무리'라는 타이틀과 상관없이 함께 뒷문을 걸어 잠그는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두 선수 모두 가장 좋을 때 구위를 믿고 던져준다면 두산은 어느 해보다 믿음직한 필승조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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