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포수 강태율이 23일 수원 kt전에서 KBO리그 역사상 흔치 않은 진기록을 작성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KBO리그에서 몇 없는 진귀한 기록이 새로 쓰였다. 프로야구 원년 이후 좀처럼 나오지 않던 명장면이 2021년에서야 다시 연출됐다.

시계는 지금으로부터 39년 전인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태 타이거즈에서 뛰던 김성한(63)은 이색 기록을 남겼다. 마운드로 올라 투수로서 경기를 뛴 뒤 바로 다음날에는 타자로 나와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프로선수로서 한 차례도 남기기 힘든 이 진기록을 김성한은 무려 3차례나 달성했다. 5월 15~16일 무등 삼성 라이온즈전과 5월 29일~30일 무등 삼미 슈퍼스타전 그리고 6월 22일 구덕 롯데전과 23일 구덕 삼미전에서 이를 달성했다. 그야말로 KBO리그 원년의 숨은 진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명장면이 2021년 재현됐다.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태율(25). 강태율은 23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서 9회초 등판해 공 9개를 던지며 아웃카운트 1개를 잡은 뒤 다음날인 2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8번 포수로 선발출장해 3회 3점홈런을 때려냈다.

강태율이 이틀 사이 투수와 타자로 연속 출장했던 배경은 하나다. 전날 많은 점수 차이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 허문회 감독은 불펜진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기 막판 야수를 등판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그 임무를 맡길 선수로 강태율을 택했다.

사실 강태율은 최근까지 투수로 뛴 적이 없었다. 중학교 이후로는 야수 포지션만 소화했다. 그러나 제구가 된다는 판단 아래 이날 투수 글러브를 집어들었고, 이날 ⅓이닝 2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날 kt전에서 승기를 가져오는 3점홈런을 터뜨렸다.

사실 39년 전의 첫 주인공이었던 김성한은 당시 투수와 타자로 모두 활약한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1982년 타석에선 80경기 타율 0.305 13홈런 69타점 8득점을 기록했고, 마운드에선 26경기 10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79를 작성했다. 심지어 완투 3회, 완봉 1회도 곁들일 정도로 어깨가 뛰어났다.

이처럼 투수와 타자로 교차 출장했던 김성한과 달리 강태율은 전담 포수로만 뛰는 야수라는 점에서 이날 기록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낯설지만 뜻깊은 경험을 마친 강태율은 경기 후 “생각하지고 못한 기록을 달성하게 돼 다소 얼떨떨하다. 그래도 경기 전 목표로 뒀던 승리 기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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