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포수 강태율(왼쪽).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전날 경기 막판 투수로 나와 ⅓이닝을 막아낸 선수가 다음날 타자로 나와 3점홈런을 때려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 이야기가 아니다.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 선수의 어느 특별한 사연이다.

주인공은 바로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태율(25)이다. 아직 주전 안방마님과는 거리가 먼 강태율은 이틀 사이 이색 경험을 했다. 프로선수로서 맛보기 힘든 ‘극과 극’ 체험이었다.

강태율은 2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8번 포수로 선발출전해 2회초 결정적인 3점홈런을 터뜨리는 등 4타수 1안타 3타점로 활약하며 10-5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데 강태율은 바로 전날 게임에선 전혀 다른 포지션을 소화했다.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에서 9회 2사 1루에서 투수로 등판해 ⅓이닝 동안 공 9개를 던지며 2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프로 데뷔 후 첫 공식 투구였다.

사연은 이랬다. 롯데는 이날 외국인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2.1이닝 8안타 6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지면서 초반부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서준원과 이인복, 오현택 등이 나와 경기를 이어갔지만, 예정된 투수가 모두 투입된 9회 2사에서 3루수 실책이 나오면서 게임이 다시 흐트러졌다.

그러자 롯데 허문회 감독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긴 상황에서 오현택을 내리고 강태율을 마운드로 올렸다. 이어 강태율은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3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맞은 뒤 조수행에게 좌전 2루타를 내줘 승계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안권수를 1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다음날인 2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강태율은 “투수 등판은 초등학교 이후로 처음이다. 어제 경기 중후반 즈음 감독님께서 미리 언질을 주셨다”고 전날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어 “등판해보니 투수들의 마음을 조금은 깨달았다. 10개 남짓의 투구에도 조금 떨렸다”면서 “평소 캐치볼처럼 던졌는데 가운데로 보고 던져도 가운데로 들어가지 않더라. 이제 사인대로 투수들이 못 던져도 뭐라 할 수가 없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미소와 함께 전날 경험을 복기한 강태율은 이날 선발 출격 명령을 받았다. 8번 포수. 모처럼 선발 기회를 얻은 강태율은 타격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1-0으로 앞선 2회 결정적인 3점홈런을 터뜨렸다. 전날에는 마운드에서, 다음날에는 타석에서 주인공이 된 강태율이었다.

이는 KBO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명장면이었다. 전날 마운드로 올라 투수로서 경기를 뛴 뒤 바로 다음날 타자로 나와 홈런을 때려낸 이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해태 타이거즈 김성한(63)뿐이다.

당시 투수와 타자를 겸업했던 김성한은 5월 15~16일 무등 삼성 라이온즈전과 5월 29일~30일 무등 삼미 슈퍼스타전 그리고 6월 22일 구덕 롯데전과 23일 구덕 삼미전에서 이를 달성했다. 그리고 39년간 잠자던 진기록을 강태율이 이날 소환해냈다.

2015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에서 롯데의 부름을 받을 정도로 유망주로 꼽혔던 강태율은 아직 1군에선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그러나 22일과 23일, 하루 간격을 두고 진기록을 만들어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스포티비뉴스=수원,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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