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김재호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베이스러닝도 더 열심히 뛰려고 한다(웃음)."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6)는 최근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셋째 출산으로 경조사 휴가를 다녀왔는데, 이 기간 포수 박세혁(안와골절)과 중견수 정수빈(내복사근 손상)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분위기가 무거웠다. 

걱정과 달리 두산은 무너지지 않았다. 포수 장승현과 최용제, 외야수 조수행과 김인태, 신인 유격수 안재석까지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볐다. 올해 오재일(삼성)의 보상선수로 합류한 박계범은 2루수 오재원이 시즌 초반 흉부 타박상으로 이탈한 뒤로 꾸준히 기회를 얻고 있다. 두산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17일부터 24일까지 7경기에서 5승2패로 선전했다. 

김 감독은 최근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다들 열심히 하고 있고, 새로 온 젊은 선수들이 기존 선수들이 없으니까. 지금껏 두산 베어스의 야구를 쭉 봐왔고, 선배들이 해온 걸 잘 보면서 당장 그 선배들의 실력이라기보다는 어떻게든 정말 그만큼 잘하려고 노력한다. 경기장에만 나가면 어떻게든 잘 해내려고 하는 게 참, 두산 베어스의 전통이라고 할까. 그런 게 보인다. 정말 열심히들 한다. 열심히 안 하면 내가 가만히 안 두기도 하고"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재호는 "출산 휴가를 다녀오면서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어려운 시기에 휴가를 가서 미안했다"고 먼저 털어놓았다. 

동시에 위기감도 이야기했다. 김재호는 "안재석이 연습 때는 '안 되겠는데'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경기 때 더 잘하더라. 경기용 선수인 것 같다. 여유 있게 하기도 하고, 욕심이 많은 선수라 안 되면 하려고 해보는 게 보기 예쁘다. 그래서 '와 내가 자리 비켜줘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베이스러닝도 더 열심히 뛰려 한다"고 답하며 웃었다. 

웃으며 이야기했으나 가벼운 말은 아니었다. 김재호는 손시헌(현 NC 코치)이 주전 유격수로 버틸 때 오랜 기간 백업으로 시간을 보냈다. 2013년 손시헌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손시헌이 2013년 시즌 뒤 FA로 신생팀 NC로 이적하면서 김재호는 두산의 황금기를 이끈 대표 유격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언젠가 더 뛰어난 후배가 나오면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경기장에 나섰다. 

산부인과에서 아내의 곁을 지키는 동안 타석으로 돌아갔을 때 어떻게 변화를 줘야 할지 예전 영상을 함께 보면서 분석했다. 김재호는 "날씨도 춥고 그래서 방어적으로 치는 게 많이 보였다. 포인트를 뒤에 두고 치고 있었다. 산부인과에 있으면서 포인트를 앞에 두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옛날에 타격 좋았을 때 영상을 많이 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김재호는 시즌 초반과 180도 달라져 돌아왔다. 휴가 전까지 8경기에서 22타수 2안타(타율 0.091) 1타점에 그쳤는데, 복귀 후 5경기에서 17타수 8안타(0.471), 1홈런 6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24일 잠실 NC전에서는 1-4로 뒤진 3회말 역전 만루포를 터트리며 9-6 역전승에 기여했다. 2017년 7월 13일 잠실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약 4년 만에 터진 개인 통산 2호 만루포였다. 

맏형 김재호부터 17살 차이 나는 후배와 경쟁을 받아들이고, 이 악물고 경기장에 나서면서 변화를 멈추지 않는데 누군들 열심히 뛰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게 두산 베어스의 전통이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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