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군 복귀전에서 만점 활약을 선보인 최항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입단 당시에는 최항이라는 이름보다는 ‘최정의 동생’으로 더 유명했다. 번쩍이는 타격 재능을 보여주며 그런 저평가의 단계가 지나듯 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고, 올 시즌이 시작할 때 최항(27·SSG)의 이름에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왼 어깨 탈구로 수술대에 오른 최항은 그 여파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제주의 1군 캠프에도, 속초에 2군 캠프에도 최항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시선은 4년 총액 42억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데려온 또 하나의 2루수 최주환에게 쏠렸다. 공교롭게도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의 영입에 최항의 입지는 그렇게 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최항은 남몰래 피나는 재활을 하고 있었다. 강화SSG퓨처스필드에서 묵묵하게 땀을 흘렸고, 구단의 예상과 빗나가지 않는 단계를 밟았다. 완벽한 재활 판정을 받고 경기장에 나가서는 구단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루키팀(3군) 연습경기를 바로 통과했고,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서도 곧바로 맹타를 휘둘렀다. 구단의 복귀 테이블보다 빠르게 실전 허들을 넘어섰다.

그런 최항은 예상보다 더 빨리 1군에 올라왔다. 최항은 14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됐다. 사실 예정된 등록은 아니었다. 조금 빨랐다. 이날 1군에 등록된 것은 김성현의 옆구리 부상 때문이었다. 부상자 명단에 갈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었지만, 당장 14일 출전이 거북했다. SSG는 내야수가 필요했고, 조용히 칼을 갈던 최항에게 기회가 왔다.

곧바로 선발 2루수로 출전한 최항은 이날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몫을 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터뜨리며 기분 좋게 시작한 최항은 1-1로 맞선 6회에는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3루타를 기록하며 ‘형’ 최정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2군에서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터라 수비 감각이 우려되기는 했지만 이 또한 큰 문제는 없었다.

김원형 SSG 감독도 15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고마웠다”고 입을 열면서 “첫 타석부터 안타를 쳐주고, 세 번째 타석에서 3루타를 쳤다. 수비도 기본적인 플레이는 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시기적으로 빨리 왔다. 2군에서 게임하면서 몸을 만들고 와야 했는데 (김)성현이 옆구리가 안 좋아서 올라왔다”면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고 칭찬했다.

최항은 공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불규칙한 출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중거리 타자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2017년 37경기에서 타율 0.321, 2018년 98경기에서 타율 0.293을 기록했다. 다만 포지션 경쟁과 부상이 항상 비상을 가로막았다. 왼 어깨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고 돌아온 만큼 앞으로 공격에서 기대를 모을 수 있다.

곧 최주환이 돌아오겠지만 최항도 할 일이 많다. 최항은 2루는 물론 3루와 1루를 소화할 수 있다. 꼭 주전이 아니더라도 벤치에 있으면 여러모로 경기 운영에 유연함을 제공하는 선수다. 1·3루 수비의 경우는 공백이 길었던 만큼 조금 더 적응이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방망이는 예열을 마쳤음을 증명했다. SSG의 공격 구상도 최항의 복귀와 함께 원래 기대치에 조금씩 더 다가설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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